시중은행, '신탁상품 활로 찾아라'…비이자수익 개선에도 효과 기대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시중은행의 신탁 시장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탁 사업은 2019년까지 시중은행의 비이자수익의 효자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사업 영역이 축소돼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달 28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신탁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목전에 두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신탁 사업은 주가연계 상품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2019년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고위험 상품군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시중은행의 주가연계 신탁 판매에도 제약이 생겼다.
시중은행의 주가연계 상품(ELS) 판매 잔액은 지난 8월 기준 4조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49%(10조5258억원) 줄어들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12월말에는 7조4752억원 줄었고, 지난 4월말에는 5조103억원, 6월말에는 4조411억원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주가연계 신탁 잔고는 지난해까지 40조원 규모를 유지해 왔지만, 올해 8월 기준 22조5256억원으로 급감했다.
주가연계 신탁의 경우 증권사가 설계한 상품을 대신 팔아주고 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효자 상품이었다.
또 증권사가 주식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낼 경우 신탁 가입 고객에게 많은 배당이 돌아가기 때문에 고위험군 상품이지만 인기가 많았다.
A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예전엔 지점에서 주가연계 상품 가입을 유도해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며 “이제는 고객이 주가연계 상품을 찾지 않는다면 상품을 권할 수 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신탁은 ‘유언 대용 신탁’에 맞춰져 있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액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 승계 방식의 유언 대용 신탁은 담보가 일부 자산에만 국한돼 있어 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 같은 특성으로 은행 입장에선 영업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신탁 상품을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침에 따라 새로운 전환점이 확보된 셈이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험권 청구권 등과 같은 무형자산도 신탁의 담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면서 “금융당국이 우리나라 신탁 시장을 다양한 신탁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금융시장을 따라가겠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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