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년 실적 전망 놓고 온도차 …"당국 규제로 실적 뒷걸음" vs “차주 많아 우려 없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오는 2022년에는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은행권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강화와 기업들의 대출금 납입 연장 기한이 내년 초 종료되면서 관련 리스크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2022년 경제 상황을 두고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여신 사업에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난 9월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함에 따라 대출 규모 전반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당국이 앞으로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차주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시중은행의 여신 사업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기업대출로 여신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대상 여신 타킷 자체를 바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계대출 부문이 금융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다 보니 은행이 영업하는데 제한이 생겼다”면서 “기업대출은 총량 규제가 없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아 대출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기업 대출도 막힌다…고승범 “위험 수위 왔다”
기업대출로 여신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따르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 2019년 36.6%에서 2020년 40.9%로 확대됐다. 이는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특히 이자보상비율 0% 미만으로 영업 적자를 낸 기업 비중도 30.5%에서 34.7%로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을 말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자 납입을 못하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증은행 “돈 빌릴 사람 많다” 내년도 호실적 기대
이 같은 상황에도 시중은행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인대출에 캡(총량규제)을 씌운다고 해도 여신 매출에 타격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은행 예대마진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꾸준히 논의돼 왔다”면서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에 이미 대비책은 준비해 둔 터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금융당국은 2022년에 발생할 경제적 충격에 대비해 은행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주주배당 자제를 권고해왔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지속된 경기 불황으로 배당을 자재해 왔기 때문에 주주 달래기 차원으로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진행했다.
4분기에도 시중은행의 실적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연말결산 배당은 비율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에는 대출을 올해만큼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이익 규모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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