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과 정의선의 ESG광고 경쟁, 포인트가 다르다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기업의 필수적인 경영전략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대기업 간의 ESG광고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ESG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기업이 실천하는 ESG경영을 쉽게 전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ESG경영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SK그룹(회장 최태원)과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의 '서로 다른 노선'이 주목된다. 한마디로 SK그룹은 ESG 중 S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를, 현대차그룹은 E에 해당하는 수소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그룹 오너의 경영철학과 직결된 현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경영전략으로 내세워왔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장경제의 공급 주체인 기업이 이윤추구를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때 지속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사내에서도 '행복경영론'을 펴고 있다. "SK그룹의 사업 혁신은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버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더 큰 사회적 행복을 창출하기 위함이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SK의 ESG광고가 대부분 S에 비중을 두는 것은 이런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 논리를 빠르게 실현하는 인물로 꼽힌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식을 누구보다 빨리 선언하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대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도 어젠다를 선점해왔다. 미국, 유럽등이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을 때 이미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최근 현대차 그룹의 이미지 광고가 수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SK그룹의 ESG 광고는 사회(S)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 '공동체 행복'을 강조
먼저 SK㈜와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관계사들의 ESG 기업 광고는 '더불어 사는 삶', '공동체 행복' 등을 메시지로 던지고 있다.
SK㈜는 최근 선보인 ‘ESG로 세상. 행복하도록’이라는 슬로건의 캠페인 영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매우, 무척 등으로 사용되는 '세상'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ESG 개념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
SK그룹이 ESG 실천 노력을 통해 추구하는 세상을 ‘행복하길’, ‘깨끗해지구’, ‘따뜻행 기차’, ‘든든대교’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ESG가 뭐야?”라는 아이의 질문에 눈높이를 맞춘 설명을 내놨다. ‘이런(E) 생각(S) 굿(G)’, ‘이런(E) 사업(S) 굿(G)’, ‘이런(E) 사람(S) 굿(G)’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ESG를 쉽게 풀어낸 광고로 SK이노베이션이 추구하는 기술과 사업, 사회적 가치 실천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는 캐릭터 ‘에콩이’를 활용한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지구에 ‘진심’인 에콩이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돌려주는 능력과 태양·풍력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능력, 친환경 파워로 건축물을 짓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SK텔레콤의 ‘위잉’, SK하이닉스의 ‘위 두 그린 테크놀로지’ 등도 ESG 캠페인의 일환이다.
■ 현대차그룹 광고는 E에 초점,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
최근 2040년을 수소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큰 파도를 배경으로 한 ‘수소, 그 위대한 시작’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내일의 지구를 위한 거대한 수소의 물결’을 형상화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수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ESG경영 실천과 광고 등을 통해 대중과 ESG 가치에 대해 쉽게 소통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ESG경영의 실체와 성과를 보여주면 광고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