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조9000억원 쿠팡 보유 지분 팔았다
[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단순한 투자금 회수인가? 정부 규제에 대한 차익실현인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investmensts)가 보유중인 쿠팡 주식 5700만주를 매각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를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지난 14일 비전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쿠팡 주식 5700만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총 매각 규모는 16억9000만달러(약 1조9886억원)이며, 기존 보유주식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번 매각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중국 기업투자에 대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자금회수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7월, 각각 3800만주와 4500만주의 우버 주식 41억달러를 현금화했다. 당시 CNBC와 외신들은 소프트뱅크가 중국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 투자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버 지분을 파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디디추싱의 지분 20.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디디추싱에 대한 투자로 약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일각에서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한 자금 순환적인 성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 2분기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스타업은 150억달러 규모로, 2분기 소프트뱅크가 매각한 IT 기업 지분 140억달러와 맞먹는다. 지난 2분기 소프트뱅크가 매각한 테크기업 보유 주식은 140억달러(약 16조4000억원) 규모로 페이스북, MS, 넷플릭스 등 60억달러와 함께 우버와 도어대시 지분 매각 40억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소프트뱅크측 역시 당시 언론을 통해 “비전펀드 등의 재원 조달을 위해 자금을 순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소프트뱅크가 정부 규제 리스크로 커진 중국과 한국 기업에 대해 지분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 소프트뱅크는 2분기 실적 발표시 중국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일시 보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외신에서는 중국 당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심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소프트뱅크 측이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 때리기’가 과하다고 판단해 신규 투자를 중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IT 기업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규제 움직임이 네카쿠(네이버, 카카오, 쿠팡)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전펀드의 쿠팡 지분 매각 역시 이런 추세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 발표가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계획이 외국인들에게 강력한 매도 신호가 됐고 이에 따라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