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창간 10주년 기획 : 기업의 미래와 BM혁신②] 100년 기업 되는 법, '혁신의 그늘' 플랫폼노동자를 품어라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09.14 19:57 ㅣ 수정 : 2021.09.17 09:04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100년 기업' 되려면 플랫폼 노동자의 건전한 조직화 도와야
글로벌 경제가 4차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맞물려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혁신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휴머노이드(Humanoid),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바이오 등과 같은 신산업이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본질이 유통업에 불과한 플랫폼 기업은 그 뿌리가 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금융업을 단박에 제압하면서 시장 지배자로 자리매김을 할 태세다. 본말의 전도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도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처럼 요동치는 변화의 물살 위에 올라타고 있다. ‘BM(비지니스 모델)혁신’은 절대절명의 과제다. 뉴스투데이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의 미래와 BM혁신’을 주제로 삼아 한국 경제의 과제와 비전을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기업은 더 이상 정해진 임금과 업무 시간을 가진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제 ‘프리랜서’의 시대가 다가오는가?
최근 몇 년간 ‘플랫폼 노동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정 기업에 속하지 않고,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속하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사람들을 말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발간한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플랫폼경제종사자의 수는 약 46만9000~53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취업자 수에 1.7~2.0%에 달하는 숫자이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그 수는 179만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취업자 수의 7.9%이다. 2년새 플랫폼노동자의 비중이 2년새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플랫폼노동자의 급증은 BM혁신의 결과물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과 같은 대형마트의 계산원이 줄어들고 쿠팡과 마켓컬리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이 고용시장의 하단을 대체하고 있다. 이들은 소득이 적고 사회안전망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불안정하다.
때문에 혁신기업이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위협요소로 꼽힌다.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노동자들의 건전한 조직화를 돕는게 현명한 경영전략이라는 역설이 성립되는 것이다.
■ BM혁신이 만들어낸 신(新)직업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구조
‘전통적인 노동자’와 다르게 플랫폼노동자의 고용주는 명확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이들을 직접 고용한 적이 없고, 고객은 그저 상점에 물품을 주문했을 뿐이다. 상점은 플랫폼 기업과 연결되어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을 알선받았을 뿐이다.
배달 앱의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는 고객이 음식점에 전화를 걸고, 음식점은 직접 고용해 임금을 지불하는 배달부에게 배달을 시키면 됐다. 그러나 배달 대행 시스템의 등장으로 이는 변화했다.
우선 고객이 플랫폼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한다. 그 다음 플랫폼 기업은 음식점에 주문 정보를 전달하고, 플랫폼 기업은 소속 노동자에게 ‘배달’이라는 과업을 부여한다. 그 뒤 노동자는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들고 고객에게 배달한다. 그 뒤, 수수료를 챙기면서 소득을 올린다.
여기서 플랫폼 노동자는 어디에 속했을까. 음식은 ‘음식점’이 요리했다. 소득인 수수료는 ‘고객’이 지급했고, 배달이라는 과업 또한 ‘고객’이 주문한 것이다. 그 과업은 ‘플랫폼’으로부터 알선받은 것이다.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명령-수행’ 체계에는 대입할 수 없다.
그동안 ‘전통적인 노동자’는 ‘전통적인 기업’과의 계약관계 속에 종속돼왔다. 계약서에 적힌 임금을 받고, 계약서에 적힌 시간을 준수하여, 특정한 장소에서 자신이 맡은 과업을 수행했다. 노동자와 고용주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어느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다. 플랫폼에 이름을 등록한 뒤, 그로부터 특정 과업을 알선받는다. 노동자는 과업을 완수한 후, 과업 요청자로부터 보수를 지급받는다.
플랫폼기업은 그 자체가 BM혁신이다. 그 혁신이 만들어낸 노동형태를 우리는 플랫폼노동자라고 부른다.
■ 플랫폼의 ‘유연함’은 불만 가진 노동력의 손쉬운 이탈을 초래
‘플랫폼 노동자’가 자신이 받는 처우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 ‘플랫폼 기업’은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을까.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플랫폼 노동자는 가난하고 조직화돼 있지 못하다. 이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인력구조의 불안정성은 기업에게도 아킬레스건이 된다.
더욱이 플랫폼의 ‘유연성’은 노동자를 한 곳에 묶어두지 못한다. 내가 일하는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다른 유사 플랫폼으로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플랫폼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동자가 필요하다.
플랫폼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가입’돼있는 것이 유리하다. 플랫폼의 공략 대상은 고객과 동시에 노동자인 것이다.
■ 불만에 찬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위협할 최대 복병
그러나 오늘날 ‘플랫폼 노동자’는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다. 저소득에 시달리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혁신 그 자체이면서 혁신의 그늘이기도 하다. 향후 플랫폼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 복병이다.
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전체 월평균 소득 중 플랫폼경제로 얻은 소득 비율’이 90%를 넘는 플랫폼 노동자의 비율은 전체 종사자의 41.3%이다. 산술적으로, 당시 전체 노동인구의 약 0.8%가 전업 플랫폼 노동자인 것이다.
2018년 당시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세전)은 약 297만원으로 발표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세전)은 163만9000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의 약 55%이다.
이는 부업으로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동 인구가 포함되어 낮게 측정된 경향도 있다. 그러나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 월 소득이 300만원을 초과한 비율이 3.6%인 것을 볼 때, 일반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통상 노동자보다 월 소득이 낮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플랫폼 노동자는 한 회사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 실업급여에서 배제된다. 덧붙여 고용법과 고용규제도 적용되지 않고, 산재도 받을 수 없다. 플랫폼 기업이 이를 보장해야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 고용정보원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 비율은 건강보험 70.1%, 국민연금 52.6%, 고용보험 34.4%로,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비율(71.6%)이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국민연급 가입비율(72.6%)보다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플랫폼기업에 뜯기고 소비자 변덕에 휘둘려야 하는 플랫폼 노동자
업무에 필요한 재원도 지원받을 수 없다. 일개 기업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업무에 필요한 장비나 이동에 소모되는 유류비 등은 본인이 부담하여야 한다.
2018년 ‘플랫폼경제종사에 투입된 월평균 지출’을 보면, 전체 종사자의 노동을 위한 월평균 지출은 약 29만원으로 집계된다.
이렇게 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지원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과 그 종사자 간에는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수수료’와 ‘평판 시스템’은 노동자의 족쇄가 된다.
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중 71.3%가 일을 중개받을 때 수수료를 지불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 중 29.4%는 건당 3000원 이상을 지불한다고 밝혔으며, 특히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업종에서 중개 수수료의 가격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중개 수수료의 단가를 플랫폼에서 일방적으로 책정한다는 점이다. 고용정보원은 퀵서비스 업체들이 노동자에게 건당 23~25%의 정률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알렸다. 또한 올해 3월 카카오택시가 택시기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손님을 배차시키는 ‘우선배차’의 가격을 매달 9만9000원으로 책정하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게다가 고객이 노동자에 평판을 매기는 것 또한 불합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객이 노동자의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면,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우 플랫폼은 노동자에게 과업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좋은 일거리가 배당되지 않는 등의 제재를 부과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과책이 아닌 경우에도 본인이 직접 사과를 하고, 낮은 평가를 감수해야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근무환경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설문조사에서 ‘하고 있는 일의 자율성과 권한’에 만족한다는 비율(42.2%)이 불만족 비율(12.6%)보다 29.6%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작업환경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불만족 비율(36.5%)이 만족한다는 비율(24.9%)보다 11.6%포인트 높았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무 자체에는 만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불안정성’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런 잠재적인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양대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조합원 수는 각각 약 101만명, 104만명씩으로 추산된다. 2020년 플랫폼 노동자의 수인 179만명은 ‘양대 거대노총’을 합친 것과 맞먹는 것이다.
■ 한국노총 지원 아래 전국 규모의 플랫폼 공제회 결성 추진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업무의 특성상 ‘노동조합’ 등을 조직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플랫폼 노동자’들은 권익을 위해 초보적인 형태의 집단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적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노조 결성·가입 △플랫폼 노동자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 기업 결성 △협회 등 느슨한 형태의 조직 결성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중 첫 번째 방식으로 2018년 민주노총 산하에 ‘라이더유니온’이라는 명칭으로 배달원들의 노동조합이 결성된 바 있다. 또 ‘배민라이더스지회’라는 명칭으로 ‘배달의민족‘의 배달원 명칭인 ’배민라이더‘들이 결성한 노동조합도 있으며, 2021년 3월에 1시간 동안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두 번째 방식은 현재 한국노총에서 추진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올해 10월 중으로 ‘한국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플랫폼노동공제회는 국내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을 책임지기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이런 권익을 향한 움직임은 플랫폼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플랫폼 기업’에서도 신경쓰며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선 산재보험에 대한 문제점이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다. 올해 1월 정부는 정보기술(IT) 업종 프리랜서 등 공유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을 개정하였다.
잇달아 2021년 서울시는 25억원을 들여 배달 노동자의 보험료를 전액 지원한다고 밝혔다. 점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도 노동자를 모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달 대행 플랫폼인 ‘쿠팡이츠’는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배달파트너를 가입시켜 배달을 완료할 경우 최대 3만원을 지급한다. ‘우버이츠’의 경우 기존 우버 운영자가 가입하기 용이한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다수의 배달 대행 플랫폼이 지정 이동수단이 아닌 도보, 자전거, 자가용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혁신기업들은 최상단의 고급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력을 플랫폼노동자로 충원하는 경향을 갖기 마련이다. 그 플랫폼노동자의 조직화를 지원해 합리적인 이익집단으로 정착할 있도록 돕는 게 혁신을 안착시키는 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