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창간 10주년 기획 : 기업의 미래와 BM혁신④] 560兆 '구독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통신사도 가세
비대면·온라인 소비 증가로 중요성 커져… '락인효과'에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 / 전문가 "단순제품 출시 넘어 전략 변화 필요… 전략 목표는 장기고객 확보" 조언
글로벌 경제가 4차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맞물려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혁신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휴머노이드(Humanoid),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바이오 등과 같은 신산업이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본질이 유통업에 불과한 플랫폼 기업은 그 뿌리가 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금융업을 단박에 제압하면서 시장 지배자로 자리매김을 할 태세다. 본말의 전도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도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처럼 요동치는 변화의 물살 위에 올라타고 있다. ‘BM(비지니스 모델)혁신’은 절대절명의 과제다. 뉴스투데이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의 미래와 BM혁신’을 주제로 삼아 한국 경제의 과제와 비전을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비대면·온라인 소비가 증가하고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진 덕분이다.
플랫폼은 B2B2C(기업과 기업간 거래,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결합한 전자상거래)가 가장 쉽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창구다. ICT 기업들은 자사의 플랫폼을 서비스하며 고객사는 물론,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을 통한 ‘구독 서비스’는 ICT 기업들의 주요 격전지이자 가장 빠른 디지털 전환을 보여주고 있는 사업분야다. ICT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구독 서비스는 일정액을 지불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IT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비교적 최근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BM)이다.
업계에서는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효과로 ‘락인효과(자물쇠효과)’를 꼽는다. 락인효과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 및 이용을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경쟁이 심화된 플랫폼 산업에서 고정 고객을 확보하게 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된 셈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며 정기결제, 정기구독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과 재고관리가 가능해지며 고객 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다”며 "다른 기업간의 협업 및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구독 서비스의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무혁협회에 따르면 2018년 132억달러(한화 약 15조5100억원)이던 글로벌 구독기반 전자상거래 시장은 연평균 68%씩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4782억달러(한화 약 562조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구독 서비스 시장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선취점을 획득하는 것이 향후 500조원이 넘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네이버·카카오, 플랫폼 공룡 기업들의 구독시장 경쟁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지난 6월 정기구독 플랫폼 ‘구독ON’을 출범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구독ON은 식품·생필품 같은 유형 상품뿐만 아니라 청소·세탁 같은 무형 서비스까지 다양한 구독 상품을 제공한다.
특히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쉬운 접근성이 구독ON의 강점이다. 카카오톡 계정만 있으면 탭을 넘겨 바로 접속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알림과도 연동돼있으며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회원 가입을 할 필요도 없다. 구독 중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는 ‘카카오톡’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구독경제 시스템을 적용해 수익을 다각화한 사례다. 카카오는 구독ON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독모델 ‘카카오 뷰’와 이모티콘 월정액 구독상품 ‘이모티콘 플러스’도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도 적립금을 장점으로 내세워 유료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으로 구독경제에 발을 들였다. 이 멤버십은 월정액을 지불하면 쇼핑·페이·웹툰·방송 등 다양한 사용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올해 1월 기준 약 250만명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올해 말까지 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스마트스토어 정기구독 등 폭넓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이커머스 1위 사업자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 탈(脫)통신 꾀하는 통신기업들…구독경제 경쟁력은 기술과 운영 노하우의 결합
온라인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도 최근 구독서비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먼저 SKT는 지난달 25일 구독브랜드 ‘T우주’를 공개하고 11번가 내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개설 및 구독서비스와의 연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타 통신사 이용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경제 모델이다.
유영상 SKT MNO(무선통신) 사업대표는 “지난 35년간 통신사업을 수행하며 연간 2000만개 구독형 상품을 판매해왔고 매년 수천만명의 고객이 만나는 접점을 갖고 있다"며 "구독경제 니즈가 있는 소비자와 공급자를 가장 잘 연결시킬 수 있는 사업자”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SKT은 탈(脫)통신을 위한 미래먹거리로 구독경제를 선점한 모양새다. 앞으로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3600만명, 거래액은 8조원을 달성해 탈통신 사업영역의 주요 부분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 오프라인 일부도 구독 전문 체험·상담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KT는 지난 10일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로 구독 경제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KT그룹의 미디어 계열사인 ‘지니뮤직’은 밀리의 서재 지분 38.6%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랐다. KT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도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미디어 밸류체인 형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서 IP외에도 KT는 지난해 8월부터 클라우드 게임 구독 상품인 ‘게임박스’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KT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 ‘시즌’과 커피 브랜드 할리스를 결합한 ‘시즌X할리스 구독’도 선보였다.
LGU+는 최근 U+멤버십 VIP 고객 전용 서비스인 ‘나만의 콕’ 서비스에 구독 서비스 혜택인 ‘구독콕’을 포함시켰다. 구독콕은 ‘영화콕’, ‘라이프콕’과 함께 U+멤버십 VIP 이상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나만의 콕’ 서비스 중 하나로, 다양한 제휴 혜택 중 한가지를 매월 구독 형태로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ICT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워 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단순한 구독형 제품 출시를 넘어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능동적으로 고객 정보를 취합하고 개별 고객에 맞는 홍보전략(마케팅), 반복적인 결제시스템 구축(재무) 등 구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 전환이 요구된다"며 "전략의 목표는 개인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장기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력 제품·서비스의 기반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응용해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면 고객 포트폴리오와 수익구조 다변화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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