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률 96%? 한국과 다른 통계방식에 가려진 허와 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지난 5월 18일에 발표한 올해 3월 대졸자의 취업률이 96%를 기록했다.
작년의 98%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한 결과인데 리먼 쇼크 영향을 받은 2010년의 3.9%포인트에 이은 사상 두 번째 하락폭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심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98%든 96%든 취업률이 매년 70%를 넘기지 못하는 한국 취준생들에게는 부러운 숫자임이 분명하다.
실업률이 3~4%면 완전 고용으로 여겨지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일본은 코로나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대졸자 모두가 취업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취업률 96%는 정말 대졸자 100명 중 96명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미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과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 산정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데에 있다.
먼저 분모의 범위가 다르다. 한국은 대학원 진학자, 입대자, 취업불가능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반해 일본은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만을 분모로 삼는다. 즉, 4년제 학부를 졸업하더라도 창업을 하거나 유학을 가거나 취업의사가 없는 등의 학생들은 취업희망자로 분류되지 않고 취업률 계산에서도 제외된다.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본 학부 졸업생 중에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전체의 70~80% 사이다. 이들 중에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96%라는 의미로 분모부터 한국과 기준이 다르다보니 단순히 공표된 취업률 숫자만으로 양국의 취업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꽤나 무리가 있다.
심지어 일본은 한국처럼 전수 조사도 아닌 1만 명도 되지 않는 소수의 표본만을 따로 뽑아 조사하기 때문에 신뢰도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버블경제가 붕괴하고도 매년 90%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심지어 취업빙하기라고 불리면서 대량의 대졸 실직자를 양산해서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했던 2010년조차도 취업률 95%를 넘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럼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대체 몇 %일까? 통계방식이 달라 완전히 같은 기준을 적용하긴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비슷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문부과학성의 학교기본조사 통계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공표된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20년 3월 기준의 데이터를 보면 일본의 대학졸업자는 57만 3947명이고 이 중 대학원에 진학한 이들은 6만 4627명으로 순수하게 사회에 나오는 인원은 50만 3920명으로 계산된다.
그리고 이들 중에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44만 6082명으로 이 숫자로 계산한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은 87.6%가 된다. 여전히 한국보다는 높지만 2020년 취업률이라고 공시된 98%와는 10%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인구수가 한국의 2배를 상회하는 1억 2600여만 명에 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내수경제가 높은 취업률을 뒷받침하고 있어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통계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숫자의 함정에는 주의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