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해외직구 사업은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판 흔들기에는 역부족”
월 4900원에 직구 상품 무제한 무료 배송
[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11번가에 대한 아마존 투자가 해외직구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월 4900원에 직구 상품 무제한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지난달 31일 개시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상품 16만개를 따로 선별해 ‘특별 셀렉션’은 꾸렸고, 이 상품들은 4일 만에 받을 수 있다. 11번가에서 쇼핑하듯 아마존 직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언어, 결제, 배송 등의 편의성을 높였다.
해외직구 시장 진출은 두 가지가 가장 걸림돌인데, 배송비와 배송시간이다. 일단 배송비는 월 4900원의 유로 구독 서비스로 해결했다. 배송시간 단축은 결국은 물류센터와 재고의 확충의 문제인데, 미국 서부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 집적해 배송 기간을 단축했다. 아마 국내에도 전용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직매입으로 재고도 확보해 놨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11번가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가 관건인데, 사실, 11번가의 이러한 행보는 이미 지난해 11월 아마존이 약 3000억원 투자를 결정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방향이다.
국내 치열한 경쟁과 성숙도를 감안하면, 신규로 직접 진출하기에는 불확실성 너무 크고, M&A 를 통해 진출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컸을 것이다. 아마존이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글로벌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였다. 전 세계 선진국에 대부분 아마존이 들어가 1위 온라인 유통 사업자가 돼 있기 때문에 상품 소싱과 판매, 배송에서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해외직구 시장은 2020년 기준 4조1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소매판매 시장의 2.5% 수준”이라며 “국가별로는 미국이 45%로 절대적이고, EU가 25%로 다음이다. 두 지역 모두 아마존이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으로부터 해외직구를 11번가가 흡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직구 품목별 비중을 보면 의류·패션 상품이 41%로 가장 높고, 음식료품이 29%, 가전/전자/통신기기가 9%로 뒤를 잇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대 연구원은 “다만,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첫째,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성장률도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 성장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11번가가 유의미한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을 뒤흔들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둘째,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 상승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쿠팡이나 이베이코리아(G9)도 해외직구 카테고리와 채널이 있다”라며 “쿠팡의 ‘로켓직구’를 보면, 쿠팡와우 회원에게 이미 무료로 12개 카테고리 800만개 이상의 글로벌 상품을 평균 3~4일 내에 배송한다고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2만9800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와우 회원 아니더라도 배송은 무료”라며 “150달러 이상일 경우 관부가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11번가에서 내놓은 기준과 거의 유사하다”라며 “쿠팡에서 말하는 SKU 수를 다 믿을 수 없지만, 아무튼 11번가에 비해 적지는 않을 듯 하다. 쿠팡와우 고객들이 새로 월 4900원을 내고 11번가로 갈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셋째, 상장 업체, 특히 패션 비중이 높은 백화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외 직구 품목별 비중을 보면 의류/패션 상품이 41%로 가장 높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 매출 비중이 큰 백화점 채널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5~2017년 사이 이미 백화점 채널은 온라인화가 끝난 채널이라고 보고 있다. 온라인으로 떠날 고객들은 다 떠나고 뭔가 오프라인으로 대우 받으면서 쇼핑을 여유있게 즐기고 싶은 고객들만 남았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11번가의 해외직구 시장 진출은 4조원 해외직구 시장이 더욱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11번가의 기업가치 제고에는 긍정적이다. 공산품/보편적 카테고리 시장에서 해외직구라는 차별적 MD 를 무기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쿠팡/네이버/이마트 중심 한국 온라인 유통 삼국시대 판도를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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