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배달의민족이 '소비자 이물질 리뷰' 삭제 아닌 블라인드 처리한 까닭

김소희 기자 입력 : 2021.09.02 07:26 ㅣ 수정 : 2021.09.02 14:41

공정위 "불공정" 지적에 약관 정정 / 블라인드 등 임시 조치는 즉시 가능 / 영구 삭제 시엔 소비자에 사전 통지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이물질이 나왔다'는 소비자 리뷰(후기)를 업주의 요청으로 30일간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처리했다. 이미 환불이 완료된 소비자의 리뷰가 업주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불공정약관심사에 따라 일부 약관을 조정한 데 따른 조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지난 7월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마라탕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마라탕에서 비닐이 벗겨지지 않은 맛살을 발견했다. 

 

이후 A씨는 식당 리뷰에 별점 3점과 함께 "맛살 비닐은 원래 안 벗기고 같이 끓이시는 건가요? 처음 열자마자 구석에 빳빳한 비닐 같은 게 보이길래 뭐지하고 당겼더니 이 거대한 껍질이 나와서 아주 당황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런 리뷰를 남긴 뒤 A씨는 음식값을 환불 받았다. 그리곤 한 달만에 배민에서 연락을 받았다. 사생황 침해나 명예훼손 등 게시물에 의해 권리가 침해돼 업주의 요청으로 해당 게시물을 임시조치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배민에 항의했으나 "사실관계나 확인 없이 업주 측에서 요청하면 무조건 블라인드 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물질이 혼입된 음식을 받은 소비자는 리뷰에 해당 사실을 기재할 수 있다. 하지만 업주 측에서 요청하면 무조건 게시물이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좋은 리뷰만 남게되는 것이다.  

 

배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A씨는 이미 업주로부터 음식값을 환불을 받은 상태인데 리뷰를 남긴 경우"라며 "업주 입장에서는 이미 환불을 완료해 끝난 사건이어서 억울하다고 생각해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한 것 같다"고 했다. 

 

배민이 업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A씨의 리뷰에 임시조치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배민은 리뷰 임시조치에 대해 왜 A씨에게 내용을 공유한 것일까.  

 

image
배민이 A씨에게 보낸 리뷰 임시조치 요청 [사진=네이트판]

 

이는 배민이 소비자의 리뷰 등 게시물을 사전 통보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정정했기 때문이다. 배달 업계는 지난 6월 공정위가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배달 앱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이후 약관들을 손보기 시작했다.  

 

이에 배민은 소비자 게시물의 내용 등에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임시조치(블라인드, 차단)할 수 있고 영구적으로 삭제해야할 경우 사전에 통지하도록 약관을 바꿨다. 

 

배민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근거해 (업주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신고된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게시물 작성자가 권리침해 신고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임시조치 기간인 30일이 지난 후에 게시물은 복원되며, 동의하면 해당 게시물은 즉시 삭제된다. 

 

배민은 허위 리뷰를 잡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허위 의심 리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허위 의심 리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배민 앱에 등록되는 리뷰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허위 리뷰로 의심될 경우 자동으로 노출을 일시 제한시키는 것이다. 검수를 통해 24시간 이내에 최종 공개 또는 차단이 결정된다.

 

또 전담 조직을 두고 모든 리뷰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2018년에는 불법 리뷰 조작업자들이 사용한 아이디 1만8000여개를 접속 차단하고, 2019년에는 2만건에 달하는 허위 의심 리뷰에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에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13만여건의 허위 의심 리뷰를 막았다.

 

최근 GS리테일이 인수한 요기요는 배달앱 최초로 2013년 ‘클린 리뷰’ 제도를 도입해 건전한 리뷰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AI(인공지능)와 리뷰 전담팀으로 구성된 2단계 리뷰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하고 리뷰 신고 기능 및 이의 제기 창구 상시 운영하는 등 리뷰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뷰 작성은 소비자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음식과 별개인 사진을 올리거나 욕설, 성적인 얘기를 쓰는 소비자들이 있어 업계에서도 리뷰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