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60대 투톱'→'40대 원톱'… 경영체제 확 바꾼 보령제약, 노림수는?
60년 역사상 첫 40대 젊은 전문경영인 전면에 / 성장동력으로 꼽은 LBA 추진 위한 포석인 듯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보령제약이 한층 젊어졌다. 40대의 젊은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60년에 가까운 보령제약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인사란 평가다.
그렇다면 보령제약이 젊은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보령제약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레거시브랜드 인수(LBA, 특허 만료 후에도 일정 수준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를 꼽고 있는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고 있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장두현 보령제약 경영총괄 부사장을 단독대표 이사로 변경하는 안을 의결했다. 그러면서 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임 장 대표는 1976년 7월생으로 만 45세다.
보령제약은 지난 1963년 창립 이래 55년간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09년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으로부터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다 2018년 12월 김은선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스스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당시 50대 후반이던 안재현 사장과 이삼수 사장이 각각 경영과 연구 부문을 맡아 운영하는 '투톱'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보령제약은 지난 2019년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매출 5000억원을 훌쩍 넘기며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체제가 자리잡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랬던 보령제약이 이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틀을 바꿨다.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2022년도 경영 계획을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보령제약 측 설명이다.
현재 보령제약은 카나브 외 주력제품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카나브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고혈압치료제로, 보령제약 전체 매출의 18.49%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보령제약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카나브의 주요 성분인 피마사르탄의 특허가 오는 2023년 2월1일로 만료될 예정으로, 복제약(제네릭) 출시 우려가 생겼다.
보령제약이 LBA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매권뿐 아니라 생산권과 허가권 등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특허 만료 후에도 안정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985억원 중 700억원도 우선 LBA에 투자한다.
보령제약은 LBA를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한 경험도 갖고 있다.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로부터 항암제 '젬자'와 관련한 모든 권리를 샀고, 지난해 국내에서만 매출 124억원을 올렸다.
그런데 LBA를 위해서는 많은 다국적제약사와 협상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의 해외사업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령제약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 대표는 지난 2014년 보령제약그룹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에 입사하기 전 CJ그룹 경영전략실, 미주법인 기획팀, 회장실 전략팀에서 일한 바 있다. CJ대한통운 해외사업 기획관리 담당, CJ CGV 베트남 사업 총괄 등 해외사업팀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장 대표의) 이력을 보고 충분히 그런 기대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보령제약의 향후 방향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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