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재무약정' 졸업 앞둔 두산 박정원號, 경영정상화까지 남은 과제는?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완료하면서 "자체적으로 3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박정원 회장의 재무 개선 개선 약속을 조기에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KDB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 등으로 이뤄진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고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지 14개월만이다.
두산은 먼저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떼어냈다. 사업 매각 규모만 약 2조1367억원에 이른다. 또 지난해 12월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로 1조212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아울러 핵심 사업 부문이자 자구안 이행 마지막 단계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소송전도 완료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 지주의 계열사 ‘현대제뉴인’과 거래를 종결하고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DICC의 지분 20%를 305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DICC 재무적투자자(FI)들은 '3년 안에 중국증시에 DICC를 상장(IPO)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조건으로 3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그러나 IPO(기업공개)에 실패했고 두산인프라코어의 DICC지분 80%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요청권(드래그얼롱) 행사에도 지분 매각에 비협조적이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1월 DICC 주식매매 대금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해 우발 채무 부담을 덜었으나 FI의 지분 20%에 대해서는 협상을 이어왔다.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6년에 걸친 소송전도 마무리하게 됐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대금 8500억원에서 매매계약에 따른 정산대금과 DICC 소송 면책비용 각각 677억원, 915억원을 제외한 6908억원의 자금을 채권단에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달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며 두산중공업의 9월 말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주)두산이 제공한 담보도 해지 또는 규모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부채규모 감소가 과제로 남았다. 두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지난해 290.7%에서 281.5%로 줄었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갈 때 재무구조가 불안하다고 여겨진다.
비록 두산은 주요 계열사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등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2분기 영업이익 2933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를 기록했으나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게 업계분석이다.
두산건설 매각 이슈도 남아있다. 지난해 대우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두산건설을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인수가격에서 이견으로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다시 인수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인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 측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된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한 업계관계자는 “두산건설 지분 매각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이를 제외하고도 현재까지 달성한 금액은 두산이 제시한 자구안 대비 충분한 규모를 달성했다”며 “앞으로 두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계획에 따라 매각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