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게임 출시 공약' 안 지켰는데… 뭇매 맞는 '엔씨소프트' 응원 받는 '펄어비스', 왜?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펄어비스(대표 정경인)가 유저(이용자)들과 한 약속을 어겼다. 올해 하반기 오픈월드 액션 오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키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저(이용자)들은 펄어비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작 출시 일정을 미루면 게임사에 비난을 쏟아붓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지난달 29일 붉은사막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붉은사막' 출시 일정 연기 소식을 알렸다. 펄어비스는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상황 속에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많은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붉은사막 일정을 심사숙고 끝에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펄어비스는 올해 4분기 붉은사막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몇몇 유저들은 펄어비스에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대다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유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통해 보여준 기술력과 게임 완성도만으로도 붉은사막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완성도 높은 신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다른 유저들도 "출시를 연기한 김에 운영 방식도 재점검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보여주길". "타사 공지였다면 못 믿었겠지만 펄어비스는 최근에 호재가 많았던 만큼 한 번 믿어본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게임사가 신작 출시 일정을 미루면 비난을 쏟아내는 게 일반적인 유저들의 모습이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1일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 클래식' 출시 일정 연기하면서 유저(이용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지금까지도 유저들 사이에선 "엔씨소프트가 주가 하락 등 악재를 막기 위한 '가짜 패'로 '리니지 클래식'을 출시한다고 홍보했을 뿐 처음부터 출시 계획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9일 '리니지 클래식' 콘퍼런스 사이트를 오픈하며 '리니지 클래식'을 올해 3분기 초 재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유독 펄어비스만 유저들에게 특별 대우(?)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유저와 게임사간 신뢰의 문제"라고 말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출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기대하던 제품 출시일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사업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행하는 것"이라면서 "게임사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 보면 게임사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트럭시위를 벌이는 등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며 "기업이 평소에 유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서비스 제공 부분에서도 신뢰를 쌓았다면 펄어비스의 사례처럼 유저들이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달 아브릴슈드 레이드 등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콘텐츠들을 줄줄이 연기하면서 사과와 함께 신작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유저들과 신뢰를 쌓았다. 이를 통해 유저들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급성장한 만큼 신작을 급하게 발표하려다 보니 일정이 밀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면서 "그런 경우 연기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더불어 신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