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77)] 도쿄올림픽에서 주인 없는 도시락이 매일 수천 개씩 폐기되는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1.07.30 11:00 ㅣ 수정 : 2021.07.30 11:02
올림픽 부정여론 확산에 자원봉사자 대거 이탈 불구 매일 도시락 8만개씩 주문해온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황당행정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도쿄올림픽을 위해 2019년 12월에 오픈한 국립경기장에는 새벽마다 도시락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분주히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반입된 도시락의 상당수가 본래 주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현장에서 폐기되고 있음이 일본 JNN(Japan News Network)의 취재결과 밝혀져 일본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JNN가 이번 달 27일에 공개한 취재영상에는 박스에 가지런히 담겨있는 도시락과 빵 등을 꺼내서 포장지를 벗겨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관계자들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한 관계자는 "(실제) 먹는 인원과 맞지 않는 이상한 양이 매일 들어오기 때문에 전부 소화할 수가 없다"면서 "도시락을 만든 사람들이 손대지도 않은 음식이 폐기되는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JNN은 이런 식으로 버려지는 도시락이 하루 수천 명 분에 이른다고 보도했는데 도시략 대량폐기의 가장 큰 원인은 줄어든 자원봉사자 수를 반영하지 않고 기존 발주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NHK의 보도에 따르면 계속되는 코로나와 도쿄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5월 말 기준으로 약 8만 여명의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 중 1만 명 이상이 참가를 포기했다.
조직위원회가 정확한 수치공개를 하지 않아 이후로 몇 명의 포기자가 더 발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6월 이후로 일본 내 코로나 감염자 수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났고 대부분의 경기들이 무관객으로 전환되면서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자는 처음 모집된 8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도시락을 필요로 하는 인원이 줄어든 만큼 발주량을 줄여서 수급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번에도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언론을 통해 문제가 드러나고 비난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올림픽 사무국 측은 대량의 도시락이 매일같이 버려지고 있다는 JNN의 확인요청에 "폐기는 있었다고 들었다"며 마지 못해 일부 인정했고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대답만 반복하면서 지금까지의 정확한 폐기수량과 앞으로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확인된 폐기수량은 도쿄올림픽 개회식 현장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진 도시락 4000여개인데 1만개를 주문해서 그 중 절반에 가까운 40%를 버린 셈이니 지금도 수많은 경기장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고 있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조직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도시락 대량주문에 대해서는 일본인들도 주요 포털사이트의 댓글창과 SNS에 비난의견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가령 하루에 5000개를 버린다면 하나당 1000엔으로 계산해도 무려 500만 엔이다. 그 돈은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 아닌가’,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수입을 잃고 무료급식소의 줄을 더욱 길어졌는데 당당하게 폐기를 전제로 주문하고 있다는 JOC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어디가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건지 알고 싶다’는 댓글들처럼 많은 이들이 답답함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에 대한 답변과 책임은 오리무중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