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1.07.27 09:47 ㅣ 수정 : 2021.07.27 09:47
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 적용하는 일본이지만 가장 비싼 도쿄도 주휴수당 포함된 한국 최저임금에 못 미쳐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후생노동성의 중앙최저임금 심의회는 이번 달 14일에 열린 소의원회를 거쳐 내년 최저임금 전국 평균을 올해 902엔에서 28엔 인상한 930엔으로 결정했다.
전년대비 3.1% 인상은 사상 최대 인상폭이기도 하고 올해 최저임금이 코로나를 이유로 고작 1엔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각 지역의 물가를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하고 인상폭도 제각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내년은 모든 지역이 일괄적으로 28엔씩 인상된다.
가장 비싼 지역인 도쿄는 시간당 1041엔, 가장 저렴한 아키타(秋田), 오이타(大分), 오키나와(沖縄) 등은 시간당 820엔으로 오르면서 일본 모든 지역이 처음으로 800엔을 넘기게 되었다.
1엔에서 28엔으로 상승폭을 갑자기 올린 주역은 바로 스가 총리다. 경영자 측은 코로나로 인한 숙박과 요식업 등의 불황을 이유로 현행 수준의 최저임금을 유지하길 강력히 요구하였지만 현 일본정권의 전국 평균 1000엔 조기 실현 의지가 더욱 확고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가 절대다수인 일본 네티즌들은 열렬히 환영하는 모양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최저임금을 거론하며 인상폭을 더욱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특히 일본인들을 경악케 하는 것은 고작 10년 만에 4580원에서 정확히 2배인 9160원으로 오른 한국의 무시무시한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당장 한국은 2022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5%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계산한 최저시급은 1만 1000원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외딴 시골에서 일하는 것이 일본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쿄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에 실제 물가를 고려한 최저임금의 가치는 일찌감치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2019년 OECD가 발표한 국가별 최저임금의 구매력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은 8.61달러를 기록해 일본의 8달러를 제치고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젠 상대적 구매력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금액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앞서게 되면서 일본 네티즌들은 물가도 임금도 쉽사리 오르지 못한 채 점점 저렴한 나라로 전락하는 일본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하여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줄어들고 동남아시아의 인력들마저 일본을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도심과 시골을 가릴 것 없이 인력부족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값싼 일본(安いニッポン)이라는 경제서적이 주장한 것과 같이 부유한 관광객들과 해외기업들이 일본의 부동산과 기업을 사들이면서 사회와 경제를 잠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