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장현국의 꿈 '빗썸 진짜 주인 되기'… 현실화까진 '산 넘어 산'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1세대 온라인 게임업체 위메이드(대표 장현국)가 코스닥 상장사인 비덴트(대표 김영만)의 2대 주주가 됐다. 비덴트는 지난 2002년 3월 설립된 방송용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으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대표 허백영)의 주요 주주다.
이에 "위메이드가 빗썸 인수를 위한 첫 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위메이드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 15일 비덴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투자를 통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투자금액은 500억원이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3%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빗썸코리아 지분도 10.25% 갖고 있다.
그런만큼 이번 위메이드의 비덴트 투자를 '빗썸코리아 인수전 참여'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빗썸홀딩스는 지난해말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빗썸코리아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지난 16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비덴트 투자 이유는 빗썸 때문"이라며 "전략적 제휴 내용도 '위메이드의 역량을 빗썸코리아가 좋은 회사가 되는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위메이드가 비덴트 투자를 통해 빗썸코리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빗썸코리아의 복잡한 지배 구조 탓이다.
빗썸코리아의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다. 지분 74.10%를 갖고 있다. 이런 빗썸홀딩스의 실소유주는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으로, SG BK-BTHMB-DAA-빗썸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와 우호지분을 통해 빗썸홀딩스 지분 65.78%를 갖고 있다.
그런만큼 비덴트 2대 주주에 불과한 위메이드가 빗썸코리아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까지 위메이드가 가진 건 비덴트 이사회 5명 중 1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뿐이다.
따라서 위메이드가 비덴트와 함께 빗썸코리아 추가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장 대표도 "(빗썸코리아의) 복잡한 지배 구조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가 비덴트 지분 확보"라며 "전략적 제휴든 경영 참여든 추가 투자든 (빗썸코리아의) 지분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위메이드의 순현금 보유량과 빗썸코리아가 안고 있는 오너 리스크다.
장 대표는 콘퍼런스콜에서 "위메이드가 가진 순현금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100억원에서 1200억원 정도였는데, 이번 비덴트 투자로 700억원 정도가 남았다"면서도 "추가 자금조달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위메이드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700억원을 훨씬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위메이드가 다양한 게임 개발사에 투자를 진행하며 사세 확장에 돌입했기 때문에 바로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의 폭이 좁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위메이드는 지난 2014년 펄사크리에이티브에 20억원대 투자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라인게임즈와 아이엠씨게임즈,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시프트업 등에도 자금을 넣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 이외에도 위메이드가 게임 개발사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장 대표가 말한 규모보다 가용 현금은 적을 것"이라며 "위메이드가 빗썸 인수전에서 제대로 판정승을 거두기 위해선 비텐트 지분을 늘려가는 동시에 신작 출시 등으로 가용 현금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신작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미르4'의 흥행과 메타버스 게임 생태계 구축이 빗썸 인수의 지름길이라는 얘기이다. 수익을 창출하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나는 만큼, 비텐트 지분도 점차 늘려나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위메이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순현금 액수는 회계상 해석 차이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만 했다.
빗썸코리아가 가진 오너 리스크 역시 위메이드가 풀어야 할 과제다.
빗썸코리아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은 지난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코리아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인 BXA 코인을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달러(약 1120억원)을 편취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전 의장은 지난해 비텐트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관계자는 "지금 당장 빗썸코리아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빗썸코리아를 인수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오너 이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빗썸코리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분들도 많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회사를 통한 투자를 해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전략적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