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불가능"하다던 현대차, 말 바꿔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내는 까닭
2주전엔 "경쟁력 부족…규모의 경제 확보 어렵다"했는데 / 美 SES에 1억달러 투자…'배터리 기술 내재화' 본격 시동 / 업계선 "단독 아닌 합작사 등 통한 공동 제작 유리" 분석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과 투자 계약도 맺었다. 가볍고 오래가는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는 약 2주전 상황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모습이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달 24일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내재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현대차가 배터리 기술 내재화와 관련해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입장 번복이 아니라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사측이 노조에 밝힌 내용은 완성차 업체가 단독으로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고, SES 투자는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투자 계약을 맺은 SES는 지난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소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업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싱가포르국부펀드 등이 주요 주주로 있으며, 국내에서도 현대차 외에 SK그룹이 지난 5월 약 7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런 SES에 현대차가 1억달러(약 1130억원)를 투자키로 한 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으로 오는 2030년께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는 지난달 24일 현대차 노조에 "전기차용 배터리 내재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당시 현대차 사측은 노조에 "(배터리 관련) 기술이나 양산 능력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 전문업체들과 격차가 크고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배터리는 우리가 만들 경우 자동차용으로 한정되고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수익성과 생산원가가 외부 조달보다 월등히 이익이 난다면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현대차가 이번 SES 투자로 '완전한 배터리 독립'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됐다. 물량을 조달하고,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은 현대차 단독 추진이 아닌 다른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도 "(배터리 기술 내재화와 관련) 당사의 주도로 전고체 배터리 및 다양한 배터리 기술들에 대한 R&D(연구개발)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업계도 완성차 업체가 단독으로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양산은 단독이 아닌 배터리 기업과 함께 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고 비용적 측면에서도 배터리 사에 투자하거나 합작법인을 통해 공동으로 제작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및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위한 배터리 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폭스바겐, 토요타, 다임러에 이어 세계 매출 4위를 기록했으나, R&D(연구개발) 투자는 13개 기업 중 10위에 그쳤다.
KAMA 정만기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산업 생태계가 중요하다"며 "이를 감안해 정부와 기업 모두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주요 기술들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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