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 ESG의 주요 평가라고 하면 4대 지수를 든다. MSCI ESG Leaders 지수, DJSI S&P500ESG지수, FTSE4Good지수, 그리고 서스테이낼러틱스(Sustainalytics) 이렇게 총 4개다. 국내 일관 제철 기업인 현대제철은 점수가 어떻게 될까? 현대제철은 일부 해외 평가기관에서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고, 때로는 이것이 우물 안 개구리로 평가되기도 한다. 국내 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B+, 서스틴베스트에서는 A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철강회사들도 글로벌 평가기관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후 악당’이라 불리우는 철강회사이다 보니 당연히 ESG 위험, 특히 환경 위험(environmental risk) 노출도는 높다. 그래서 철강회사의 ESG는 산업 내 상대평가가 중요하다.
글로벌 철강회사 중에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1위인 아르셀로미탈(ArceloMittal)과 3위인 닛뽄스틸(Nippon Steel)의 서스테이낼러틱스 위험도 점수를 보면 일본의 닛뽄스틸은 37.2 점이고 유럽의 아르셀로미탈도 37.7점의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32.2점으로 위험도 점수가 3사 중 가장 낮다. 위험도 노출면에서 현대제철은 철강회사 144개 중 14위이고, 닛뽄스틸은 31위, 아르셀로미탈은 32위다. 서스테이낼러틱스에서 점수는 낮을수록, 순위는 높을수록 ESG 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제철은 서스테이낼러틱스에서만 보면 글로벌 철강 기업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
CSRHub라는 평가기관이 있다. 기관내의 760 개의 CSR / ESG 데이터 소스를 기반으로 148 개국 20,467개 기업의 ESG 등급 및 순위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의 ESG 점수에 따르면 아르셀로미탈은 64점, 현대제철은 65점으로 현대제철이 1점 높다. CSRHub에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ESG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닛뽄스틸은 49점으로 아예 현대제철보다 하위 그룹에 속한다. DJSI에서는 어떤가? 현대제철은 2020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평가에서 'DJSI 월드'지수에 3년 연속 편입되었고, 철강 산업군에서'인더스트리 리더(최우수 기업)'로 선정되었다. 다우존스지수에서는 현대제철이 월등히 앞서 있는 셈이다.
다만 MSCI 평가에서는 현대제철은 등급이 현격히 낮다. MSCI는 ESG 관련 35개 이슈로 구분하여 평가를 한다. 환경 이슈는 탄소배출, 친환경기술 등이며, 사회이슈는 인권, 노동환경 등이 있고, 거버넌스 이슈는 이사회 운영등으로 구분된다. MSCI 평가에서 닛뽄스틸은 5년 연속 BBB 등급을 받고 있다. ESG 활동 중에서 독성 배출 및 폐기물, 물 스트레스 등에서 리더십을 보이고 있고, 뒤처지는 활동(laggard)은 없다.아르셀로미탈도 BB 등급을 받고 있다. 독성 폐기물과 노동 관리 측면에서 미진하지만, 기업 지배구조와 건강 안전 측면에서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2년간 B등급에 머물다가 3년 전부터 BB 등급으로 개선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MSCI 평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5년 전 B등급을 2년간 받다가 3년째 CCC 등급을 받고 있다. 기업 지배 구조, 건강 및 안전, 노동 관리 면에서 활동이 미진하다고 되어 있다. ESG에서 모범을 보일 만한 활동은 없다고 되어 있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면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 ESG 측면에서 미진한 활동부터 일소하고 주목할 만한 ESG 활동으로 ESG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대제철은 인천제철 시절부터 고철을 재활용하여 철근 등을 생산하는 리사이클링 기업이었다.
현대차그룹이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하여 현대제철로 재탄생시킬 때도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의 환경설비들을 도입하였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자원 순환형 기업을 만들기 위하여 현대제철을 인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가 수행한 국내 일관제철 산업의 사회적 책임 진화 모형에 관한 연구에서도 현대제철은 CSR에서 CSV로 성공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사례로 증명되었다. 최근 현대제철은 녹색채권을 발행하여 전액 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하기로 하였고, 디지털 통합 보고서도 발간하였다.
현대제철은 아직도 ESG 경영을 위하여 기본부터 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완전하게 개선될 때까지 기다릴 수 만은 없다. 그 기간동안 현대제철의 ESG 평판(평가와 판단)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 글로벌 중요 평가지표에서 tripple C등급을 맞는다는 것은 현대제철의 국제적 신인도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현대제철은 자사의 글로벌 위상을 볼 때 중요한 해외 평가에서 ESG 평판을 상향시키는 것이 옳다.
최근 약 600개가 넘는 ESG 평가기관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기관들이 ‘등급 장사(rating business)’를 한다며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글로벌 ESG 평가에서는 전략적으로 등급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지 답변이나 공개정보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평가뿐만이 아니라 정보 검증 과정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참여하는 평가기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MSCI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평가를 하든 기본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3년 연속 최저등급은 피해야 한다. 찰리 채플린이 조그만 시골 마을에 여행을 갔는데 마침 찰리 채플린 흉내 내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고 한다. 찰리 채플린은 본인이 직접 나가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는데 3등을 했다고 한다. 평가란 심사위원에 따라 점수는 바뀔 수는 있다. 남의 동네에 가면 더 그럴 수 있다. 그래도 3등은 했다. 현대제철의 선전을 기대한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