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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12)

육군대학 현지실습의 추억 ③숙취에도 불구, 상충된 의견으로 피 튀기는 격론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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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6.28 15:50 ㅣ 수정 : 2021.06.28 15:50

피로했던 몸에 격려회식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해 숙소에서 모두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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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학생장교들의 현지실습 중에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사진=정규 제45기 육군대학 졸업앨범]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사단사령부 상황실에서 사단의 부대 현황 및 작전계획 설명을 듣고, 중요 방어 거점을 답사하며 현지 작전지역 관할 대대장의 현장 브리핑을 받은 뒤인 오후 늦게 작전계획 연구를 위한 사단휴양소(간부교육대)로 복귀했다.

 

이때 지도 교관은 현지실습에서도 다시 조를 구분하여 각 조의 연구안을 준비하여 토의후에 최종 발표안을 결정하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각 조별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역시 실습부대로 차후에 보직을 받은 학생장교들의 열의가 높았다. 또한 이번 실습부대와 유사한 다른 향토사단으로 차후보직이 예정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육군대학생들의 안내를 담당한 이영돈 작전장교가 사단참모들이 준비한 격려 회식이 있으니 저녁시간에 모두 간부식당으로 모이라는 전달을 했다.

 

전날은 밤 늦게 현지실습부대에 도착하여 시간이 없었는데 그날은 상견례를 한 사단참모 선배들이 고맙게도 육군대학 학생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저녁자리인 줄만 알고 얼떨결에 참석했는데 사단장의 엄명을 받았는지 사단 참모장을 위시한 참모 선배들의 권주가 계속되자 학생장교들 대부분이 대취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격려행사를 준비한 작전장교도 함께 배석했는데 이미 소령 진급예정자로 다음 기수에 육군대학에 입교를 앞둔 상태라 상호 정보교환을 위해 화기애애한 술자리가 되었다.

 

게다가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이미 사단에서는 작전계획을 구상한 상태였고 이번에 육군대학생들의 연구안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는 정보도 알 수 있었다.

 

결국 학생장교들 거의가 만취가 되어 회식을 끝났고, 이틀에 걸쳐 장거리 이동과 현지 답사 등으로 피로했던 몸에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자 숙소에서 모두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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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학생장교들의 조별 토의와 육대교관을 지도를 받는 모습[사진=정규 제45기 육군대학 졸업앨범]

 

■  전술적 교리에 따른 작전계획과 기존 부대 여건을 고려 적용하는 방안이 충돌

 

다음날 아침 전날의 만찬회식에서 과음한 탓으로 숙취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작전계획 연구가 조별로 재개되었다.

 

발표를 위한 모든 연구는 전날 마신 과음 탓인지, 결국 수방사 및 향토사단으로 보직을 받은 학생장교들이 중심이 되었고, 육군대학 전술학 수업시간에 부대배치, 화력 및 장애물 운용을 토의했던 것이 재연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학생장교들의 의견이 상충되는 상황이 벌어져 격렬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향토사단의 작전계획에 동원사단 즉 정상적인 사단의 방어계획을 병행하여 발전시키는 조건이라 순수하게 전술적인 판단에 의한 기동계획과 기존 외곽연대의 여건을 고려해서 적용하는 안이 충돌했다.

 

하지만 적이 접근할 수 있는 거점 전방의 광활한 평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고 4차선 이상의 도로들이 신설되는 것을 고려한 신규 도시계획에 따르는 새로운 정보판단을 적용하자는 의견은 일치되었다.

 

상충된 의견을 서로 뒤로한 채 조별로 작전계획 연구를 계속했다. 물론 전날 저녁 만찬에서 참모선배들의 격려와 기대를 의식한 탓인지 그날도 해가 저무는 것도 모르고 지도판 위에서 토의를 계속했다.

 

결국 육군대학 현지실습을 지원하고 안내하는 작전장교에게 자문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육군대학생들의 발표안이 사단에서 이미 구상한 복안과 너무 상이할 때, 현지실습 부대의 실무자들에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도심에서는 부대위치를 군 의견대로 정할 수는 없는 실정이어서 기존 부대 막사 위치도 고려하고 내곽연대의 작전과도 연계를 해야 실현 가능한 계획을 만들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단의 방어 정면과 종심보다는 지역에 따라 넓기도 하고 좁기도한 기형적인 부대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조별 토의안을 놓고 피 튀기는 논쟁을 통해 발표안이 결정되었다. 또한 발표안에 따라 화력, 장애물, 전투근무지원 계획 등까지 모두 작성을 했다.

 

결국에는 사단장 및 참모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작전계획을 브리핑할 준비에 마지막 날 밤에도 역시 꼬박 새웠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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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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