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아마존 노리는 이현의 키움증권, 종합금융투자사업 진출은 신호탄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홈 트레이딩시스템인 영웅문의 인기를 바탕으로 급성장해온 키움증권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1일 44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금투)의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신용공여 및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키움증권은 리테일 영업이 수익구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타 증권사에 비해 비교적 불안정한 사업구조를 보여왔다. 동학개미들의 수탁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모델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 종합금융플랫폼 지향하는 이현 대표, "키움은 지구상의 모든 금융상품을 가장 편하고 싸게 사는 곳 될 것"
따라서 이번 종합금융투자사업 진출은 수익다각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현 대표는 2018년 취임 후부터 키움증권을 금융투자업계의 아마존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줄곧 드러내왔다. 개미투자자에 의존하는 증권사로 출발했지만, 종합금융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근본적 혁신을 추진하겟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모든 상품을 제일 편리하고 싸게 살 수 있는 아마존처럼 키움도 지구상의 모든 금융상품을 가장 편리하고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에도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는 증권사를 만들려면 IB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해 기업신용공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키움증권이 이번에 4400억원의 유상증자로 3조1700억원의 자기자본을 구축해 종금투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은 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종금투는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종금투 인가가 나면 자기자본 기준 200%의 신용공여가 가능하고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제공을 할 수 있다. 이로써 키움증권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에 이은 9번째 종금투가 될 전망이다.
■ 리테일 사업 위주의 사업구조 가진 키움증권, 신 비즈니스모델 구축 위해 갈 길은 멀어
사실 키움증권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29.8%의 개인투자자 주식위탁매매 점유율을 자랑한다. 영웅문S의 활성화 수는 지난 1분기 310만명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수를 보였다.
리테일 위주의 사업구조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키움증권의 전년도 리테일총괄본부 영업이익은 5089억 원으로, 7737억원인 전체 영업이익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타 증권사들의 리테일 사업 비중이 10~30%라는 점을 감안할 때 리테일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의 호황 정도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는 불안정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주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3887.3% 급증한 26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사업다각화가 호실적을 이어가는 척도라고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앞으로도 요즘과 같은 호실적을 이어가려면 리테일 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종금투 자격을 확보한 후 신 비즈니스모델을 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장 종금투 인가를 준비하고 있어서 신사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알리기는 이르지만 기업신용업무나 라임브로커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이를 활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신청하고 인가가 날 때까지 수개월이 걸려 신사업도 그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증권가는 상향된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20만원, 19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유지했으며 KB증권도 17만5000원으로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선정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일 대비 8.33%(1만원) 오른 13만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