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으로 9월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하는 암호화폐거래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잡(雜)코인’을 상장폐지하고 유의종목을 지정하는 등 대대적인 코인 물갈이에 나섰다.

이 과정 속에서 거래소들은 ‘나몰라라’ 식의 통보를 일삼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코인 자체생산으로 인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더해져 거래소들의 코인폐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17일 빗썸은 애터니티(AE), 오로라(AOA), 드래곤베인(DVC), 디브이피(DVP) 등 코인 4종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1일, 코모도 등 25개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페이코인과 마로 등 5개 종목을 폐지한 바 있다. 코인빗도 지난 15일 28개의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8종목의 상장폐지를 공지했다.

업비트에서 유의종목으로 발표한 25종 코인은 현재까지도 두자릿 수 하락을 보이고 있으며 코인빗이 발표한 거래중지 코인들은 70~80%의 하락세를 보였다.

거래소들이 마구잡이로 코인을 지정하고 팔았다가 사업자 등록에 걸림돌로 보여지자, 급히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선이다. 

게다가 17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며 거래소들이 자체생산해 팔던 코인을 선제적으로 폐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본인 및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등과 같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폐지된 '잡코인' 중 상당수가 거래소와 관련된 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상장폐지를 공지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대로는 우리 거래소에서 코인을 생산해 판적이 없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유의종목과 상장폐지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관련 의혹만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1위 거래소 업비트도 유의종목 지정 이유에 대해 침묵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5개 유의종목 코인을 지정한 사유가 무엇인가”는 질문에 “공지에 나와있는 것 이외에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업비트 공지사항에 적힌 유의종목 지정 사유는 ‘팀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기준 미달’이다. 명확한 지정 사유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기준이다. 

이로써 ‘가장 신뢰받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고객자산보호 선행기업’ 빗썸의 고객신뢰 행방이 묘연해졌다. 상장폐지를 공지한 거래소들의 '잡코인' 폐지기준에 대한 명확한 추가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