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현대차 정의선 회장보다 너무 느린 자동차보험 시장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 연 30~40% 성장 전망, 자동차 보험사 상품 개발은 ‘걸음마’ 단계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미래차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전용기로 출국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방문해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아이오닉 5을 직접 테스트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미국자율주행 기술기업 ‘앱티브’가 지난 해 3월 각각 20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앱티브는 지난 2016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모셔널은 오는 2023년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자율주행택시)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 동안 연 30~40%씩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도태되는 트랙에 집입했음을 뜻한다.
■ 서울대 석승훈 교수, "자율주행차 시대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서 자동차업체 등으로 이전될 것" /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모빌리티 사고 보상제도는 AI 책임 고려해 설계돼야"
따라서 사고 책임 문제 등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제도 정비가 현격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보험업계가 시장의 빠른 변화흐름을 잘 읽고 준비 태세를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보험연구원과 서울대 경영대학은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와 보험’을 주제로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공동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석승훈 서울대 교수는 자율주행의 발전에 따라 자동차 사고의 책임이 운전자에서 자동차업체나 이동서비스 제공자로 이전되리라고 예측했다.
이외에도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시대 보험제도의 과제: D.N.A(Data, Nework, AI)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모빌리티 보험제도 구축을 위한 선결과제 등을 제안했다.
황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사고에 대한 책임 및 보상 제도는 AI 사고에 대한 책임 및 보상 제도를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며 “모빌리티 사고 관련 위험의 인수 등 필수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접근 권한, 네트워크 장애로 인한 모빌리티 사고시 책임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와 독일 사례’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근 독일 연방상원을 통과한 독일 도로교통법(자율주행 3~5단계), 프랑스 민법, 우리나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율주행 3단계)을 사례로 들었다.
독일 연방상원을 통과한 ‘무인자율주행차법’은 자율주행차량에 ‘피해방지 및 피해감소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이 시스템은 ‘사고 상황에서 다른 법익보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되 인간의 생명에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적 특성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적 특성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선택하지 말라는 건 윤리적 논란이 없도록 외부의 객관적 조건을 선택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 자동차 보험업계 관계자들, "‘자율주행차’ 보험상품 개발은 아직 계획단계"
그러나 뉴스투데이가 16일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대부분 미래차 관련 보험상품에 대해 ‘향후 계획 중에 있거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온 상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의선 회장과 같은 혁신가들이 추동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속도에 비해 국내보험업계의 대응속도는 너무 느린 셈이다.
먼저,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율주행차 관련 상품 개발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다. 현재, 기획부나 혁신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단계별 로드맵은 준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아직 자율주행차에 대한 보험상품 자체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 현재 자동차보험 내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 자체에 대한 보험상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자율주행차가 반자율주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자동차보험에서 처리하고 있다”며 “완전 자율주행이 된다면 그 상황에 맞춰 보험상품이 개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먼 미래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금 현재는 계획이 없다. 향후 계획까지 말할 단계는 아니라”며 “현재, 완전 자율주행차가 없기 때문에, 상용화가 돼야 나올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때문에, 상용화가 돼야 현실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AXA손해보험 관계자의 답변도 비슷한 결이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 현재 시점에선, 이와 관련된 계획은 없다”며 “다만, 자율주행차 시장 자체가 커질 것이고 규제 부분 이런 것등을 고려해 정부 지침에 따라 발맞춰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업계최초로 자율주행차 보험과 전기차보험이 이미 출시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5월 자율주행차 위험을 포괄적으로 담보하는 ‘자율주행차 위험담보 자동차보험(자율주행차 위험담보 특약)을 출시한 바 있다. 이 보험은 자율주행모드 운행 중 차량시스템 또는 협력시스템의 결함이나 해킹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해주는 책임보험이다.
■ 익명 요구한 업계 관계자, "반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운전자와 제조사 중 누가 질지 의견분분"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업계관계자 A는 16일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일단 자율주행차 관련된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나 제도적 부분이 충분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면, 현재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은 발달돼 있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엔 그 책임 여부를 운전자인지 제조사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서 기술한 사례말고도, 차를 운전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운전자가 사망하고 차를 틀면 다른 사람이 죽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부분들에 대한 제도화의 정립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기술만큼이나 제도가 정립되지 않았다. 이게 정립이 돼야 보험사 측에서 상품 개발이 가능한 것 아니냐”며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회사에선 관련 상품 개발에 착수 상태는 아니고,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끝맺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B씨는 “자신의 회사도 관련 상품을 계획 중에 있다. 미래차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회사가 상품을 계획 중에 있는게, 현재 반자율주행의 영향이 크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보험이 특이한게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통상적으로 ’마일리지‘ 제도가 출시됐을 때 다 따라가는 흐름이 있었다. 자동차보험이 1년마다 갱신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호환이 돼야한다. A보험사에서 B보험사로 갈아타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보상해주는 범위는 거의 비슷하다”고 밝혔다.
즉, 그의 말을 요약하면 현재 ’자동차보험업계‘의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상품 개발 단계가 걸음마 수준에 그치는 것은 업계의 이런 특성이 작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현재, 자율주행과 관련한 보험사 상품 개발건은 연구원하고 특정 보험사들 위주로 연구되는 단계”라며 “현재 협회 측에 관련 내용이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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