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 (461)] 취준생들 울리는 일본 기업들의 무책임한 채용공고 함정문구

정승원 기자 입력 : 2021.06.01 10:00 ㅣ 수정 : 2021.06.01 10:43

정규직 전환가능 문구가 가장 흔한 취준생 기만수단으로 지목, 그외 '내집같은 직장' '미경험자 환영' 등도 요주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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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일부기업들이 실현가능성 없는 정규직 전환 등을 앞세워 취준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코로나로 온라인 취업활동이 완전한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채용문구들이 취준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반대로 취준생들은 모두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채용공고들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며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내는 심정으로 기업들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실제 입사 후에는 채용공고를 보며 기대했던 직장생활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매년 많은 신입사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고 심할 경우에는 한두 달 만에 퇴사를 결심하고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취준생들이 채용공고를 보면서 특히나 경계하는 문구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흔한 경계문구 중 하나는 ‘정규직 등용제도 있음’(正社員登用制度有)이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더라도 업무를 인정받는다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로 얼핏 좋은 제도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규직 전환사례가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고 비정규직을 혹사시키기로 유명한 일본 기업들을 생각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심지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평판 사이트 캬리코네(キャリコネ)는 ‘정규직 등용제도는 사기구인의 상습수단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률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금방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 것처럼 취준생들을 유혹하는 일본 기업들을 작정하고 비판한 적도 있다.

 

다음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경계문구는 ‘내 집 같은 직장’(アットホームな職場です)이다. 한국 기업들의 채용공고에서도 가족 같은 직장이라는 식으로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는 문구이기도 한데 어찌 보면 딱딱하지 않은 편안한 직장분위기를 표현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공사구분이 불명확하고 업무 외에 불필요한 부담들이 산재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취준생들도 ‘무미건조하고 자유로운 직장이라는 표현이 차라리 나을 듯’, ‘장시간 노동으로 회사가 집이 된다는 의미인가?’라며 반감을 표시하는 대표문구 중 하나다.

 

다음 경계문구는 ‘친절하고 정중하게 지도하겠습니다’(親切丁寧に指導します)다. 보통 ‘미경험자 환영’(未経験者歓迎)과 함께 쓰이는데 실력과 경험 있는 지원자를 마다하고 일부러 미경험자를 뽑을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이와 비슷한 문구로 ‘꿈을 향해 함께 노력합시다’(夢に向かって一緒に頑張りましょう)와 ‘필요한 것은 의지와 미소’(必要なのはやる気と笑顔)가 있다. 실제 업무수행 능력보다는 정신력을 강조한 문구들로 일본 내에서는 체육전공자들을 채용하여 부당하게 잔업을 시키는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문구들에 대해서는 일본 취준생들도 ‘쓸 말이 그리 없나’, ‘급여가 싼 직장일수록 미소를 요구한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물론 위에 소개된 문구들이 적혀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기업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으며 고용계약을 체결할 시에는 반드시 급여와 수당, 근로시간과 휴일 등의 세부조건을 명확히 따져야만 성공적인 일본 취업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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