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먹고 사는 브릿지바이오, '권리 반환' 리스크 뚫을 해법은?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는 2015년 설립돼 201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이다.
외부에서 개발한 유망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해 가치를 높인 뒤 이를 상용화할 제약사에 되파는 수익모델을 가진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임상개발특화) 전문기업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바이오는 주로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질환 영역에 대한 혁신신약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현재 주요 파이프라인 3개를 보유 중이다.
■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 다국적 임상2상 진행 허가…반환된 BBT-877은 자체개발 중
브릿지바이오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이다.
이중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것은 BBT-401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다국가 임상2상 진행을 허가받았다.
경구용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 후보물질은 펠리노-1 저해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후보물질이다. 체내 염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펠리노-1 단백질을 저해하는 기전을 통해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은 청년층 발병률이 높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가파를 증가세를 보인다. 하지만 경증·중등증 환자를 위한 효과적 치료제가 없고, 중증용 치료제는 국소 부위가 아닌 전신의 염증을 억제해 부작용이 크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러한 기존 치료제의 한계점을 개선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용량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 탐색을 위한 시험을 완료했고, 경구 투여를 통해 대장에만 선택적 분포가 가능하다는 게 브릿지바이오의 설명이다.
BBT-401이 지난 24일 다국가 임상2상을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으면서, 이번엔 중·고용량군 대상 임상을 진행한다. 임상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5개국에서 진행된다.
BBT-877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 내 최초 의약품(First-In-Class)이다. 오토택신 저해제는 다양한 섬유증 질환에 관여하는 신규 표적 단백질인 오토택신의 활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BBT-877은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이전됐다가 반환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 5000억원에 기술이전됐지만, 잠재적 독성 우려로 지난해 11월 권리가 반환된 것이다.
하지만 반환 사유로 언급됐던 약물 발암 가능성은 없었다. 브릿지바이오가 세포실험을 한 결과, 베링거인겔하임이 제기했던 문제가 약물에 따른 직접적 DNA 손상 결과가 아닌 고농도 약물 처리에 의한 세포 사멸에 따른 위양성(가짜양성)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2상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미팅을 진행 중이다.
BBT-176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로, 올해 FDA와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모두 승인받으며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에서 올해 4월 임상 투약을 개시해 용량상승시험(약물의 최대 허용량(MTD)과 임상2상 권장용량(RP2D)을 설정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용량확장시험(확대된 환자군 대상 투약을 통해 임상2상 권장용량의 유효성 및 기타 안전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을 확대 진행할 계획이다.
■ 이정규 대표, ‘바이오 사관학교’ LG화학 출신…브릿지바이오는 3번째 창업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바이오 사관학교'로 불리던 LG화학 출신으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LG화학에서 근무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CEO(최고경영자) 중 LG화학 출신이 많은데, 이 대표도 이 중 한 명이다.
이 대표는 2000년 당시 직장 선배였던 조중명 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를 따라 LG화학을 나와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에서 이 대표는 해외 투자 유치, 사업개발 등을 주도했다. 이후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설립해 췌장암 항체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투자를 받았다가 탈이나 문을 닫았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이 대표는 2015년 브릿지바이오를 창업하게 됐다.
■ BTT-877 기술 반환으로 2020 매출 직격탄…BTT-401 임상 2a 후 기술이전 기대
브릿지바이오는 NRDO 기업으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을 진행한 뒤 기술수출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에 따라 주 수익은 개발 단계에 따른 선급금, 단계별 마일스톤, 제품 출시 이후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가 된다.
2018년까지 매출이 없던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매출 582억원을 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의 권리 반환으로 지난해엔 매출 6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년 대비 89.1%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마이너스 19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그런만큼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 기술수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이른 시일 안에 기술수출이 기대되는 물질로는 BTT-401가 꼽힌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꾸준히 접촉 중"이라며 "임상2a상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 본격적 사업개발 및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