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끈 최태원 SK회장의 방미행보, 미국인의 애국심에 공감하기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미 ‘문화 외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우선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삼성, 현대차, LG그룹 등 대기업 사장들과 함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총 4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투자계획을 밝혔다. 미국의 재계 및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친분을 쌓기도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후 귀국했지만 최 회장은 미국에 남았다. 그리고 미국인의 핵심가치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행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인종에 의해서 구성된 이민자 국가인 미국은 내부 결속을 위해 ‘국가를 위한 헌신’, ‘애국심’ 등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적 속성을 갖고 있다. 그 가치에 공감할 때 대부분 미국인들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최 회장의 문화행보는 조지아주와 워싱턴에서 이뤄졌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이 이미 3조원 규모의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가동 중인 지역이다. 앞으로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조지아주에만 6조원이 투자되는 것이다.
최 회장은 2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 열린 '한국전 영웅 추모식'에 참석해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의 희생을 기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참전용사 20여명,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흑인 인권운동을 이끈 조지아 정계의 대표 인물 앤드루 영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노고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참전용사들에게 허리를 굽혀 경의를 표했다. 740명의 조지아주 출신 전사자 명부가 새겨진 비석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최 회장은 "이런 희생으로 한때 폐허가 됐던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종전 직후 비즈니스를 시작한 SK도 혁신과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며 "특히 SK는 해외기업으로는 조지아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 조지아를 '고향'으로 여기는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영 전 유엔대사도 "조지아가 전쟁으로 힘들었던 한국을 도왔듯이 이제는 SK가 조지아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지역발전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이 서로 돕는 관계가 과거와 현재에 이어 미래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조지아주는 이날 SK와의 우호적 관계가 지속되길 희망하는 의미에서 최 회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증정했다.
같은 날 오후 최 회장은 워싱턴으로 달려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방문했다. SK는 이날 ‘추모의 벽’ 건립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기부했다. 추모의 벽 건립은 기념공원에 원형의 화강암 벽을 세워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과 카투사(당시 명칭은 연합군 지원 한국군) 4만3800여 명의 이름을 새기는 사업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사회적 가치’, ‘ESG’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핵심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온 최고경영자(CEO)다. 기업의 이윤추구행위가 문화와 윤리적 가치와 융합될 때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조지아주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선물로 안기면서 미국인과의 문화적 공감대를 부각시키는 경영전략을 펴고 있다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