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일본서 "역겹다" 소리 듣던 농심 신라면, 마침내 열도인까지 '울렸다'

강소슬 기자 입력 : 2021.05.26 08:06 ㅣ 수정 : 2021.05.27 15:31

한국산이라 배척당하다 MZ세대 공략으로 반전 성공 / 동네 마트에도 입점…일본 법인 매출, 1년새 30%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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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공개된 일본 신라면 광고 [사진=유튜브캡처]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농심 신라면이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 시장에서도 조금씩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들어 젊은 열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입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자연히 매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성세대에 비해 반한(反韓) 감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일본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은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에 꼽히는 등 K-푸드 열풍을 주도해 왔지만, 일본에서만큼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광고가 나올 때마다 일본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한국산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당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화이트데이에 여자친구에게 주고 싶은 선물로 신라면이 어떠냐'는 광고가 공개되자 일본 네티즌들은 "화이트데이 선물로 라면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2년엔 일본 광고 모델로 걸그룹 티아라의 지연을 앞세웠지만,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신라면 광고 속에는 지연이 냄비 뚜껑에 직접 끓인 라면을 덜어 먹는 모습이 담겼는데, 그 광고를 본 일본 네티즌들은 "그릇이 있는데 왜 뚜껑에 덜어 먹는지. 미개한 한국인들", "역겹다",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 등 비난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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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태풍 하기바스 강타 당시 일본 점포 진열대에 남아 있던 신라면.[사진=커뮤니티 캡처] 

그러던 것이 최근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성세대에 비해 반한(反韓) 감정이 덜한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신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신라면을 활용해 카르보나라(크림 파스타의 한 종류)를 만드는 피드(feed·게시물)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 거주 중인 38세 한국인 주부 A씨는 "일본의 작은 동네 슈퍼에서도 신라면 3개들이 봉지라면과 컵라면이 다 들어가 있다"며 "나이가 있는 일본인들이 즐겨 찾지는 않지만,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신라면 인기에 농심의 일본 법인인 농심재팬은 지난해 매출 8400만달러(약 943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6500만달러(약 732억원)보다 29% 성장한 수치다. 

 

농심은 일본 상황이 급호전되자 지난달 이토요 마리에(飯豊まりえ)를 신라면 모델로 발탁했다. 일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1988년생인 이토요 마리에는 일본 기성세대에겐 크게 유명하지 않은 편이지만, MZ세대들 사이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 출신 여배우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 1020세대에게 신라면이 특히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현재 수치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일본어로 SNS에서 검색했을 때 실제 일본 10대들이 만든 카르보나라 레시피나 사진 들이 올라온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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