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ESG 칼럼] ESG, DE&I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부터 내재화하라

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5.24 11:12 ㅣ 수정 : 2021.05.24 11:12

성소수자 차별등으로 호된 매를 맞았던 '바릴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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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ESG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발한 개념이 아니어서 낯선 개념들이 있다. 그중 S (사회) 분야에서 대표적인 것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이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논의는 특히 미국에서 많이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의 다양한 인종이 같이 사는 데다가 아직도 시한폭탄 같은 흑백 갈등을 겪고 있으니 당연히 ‘포용적인 비즈니스(inclusive business)’가 유독 미국에서 많이 주창된다. 미국의 유수 기업들은 ‘다양성 위원회(Diversity Council, Diversity Committee)’를 사내에 많이 두고 있다. 회사의 경영진 차원에서 기업에서 자칫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부조화,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이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선정부터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서구 선진 기업들은 처음부터 다양성 등에 신경을 썼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도 서툴게, 모질게 배웠다. ‘바릴라(Barilla)’라는 기업이 있다. 이탈리아 최대 가족 기업 중 하나이고 1877년 피에트로 바릴라가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대대로 이어오고 있는 식품기업이다. 바릴라 그룹은 100가지 이상의 파스타 재료를 생산하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25~45 퍼센트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DE&I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이 기업에 큰 위기를 안겨주었다. 구이도 바릴라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전통적인 가족이다. 동성애자 가족에 대한 광고는 하지 않는다’ 라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고객들은 바릴라의 성 소수자 차별에 대한 엄청난 반감을 보이며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그 사이 경쟁업체는 차별화된 광고로 바릴라를 따라 잡아갔다. 바릴라 회장은 뒤늦게 사과했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바릴라 그룹은 자사의 왜곡된 기업문화가 노출되며 회사가 동성애 혐오증이 있는 회사로 낙인찍혔다. 바릴라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동성애자의 권리를 실천하는 비영리집단과 만났고, 바릴라 전 직원은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다양성을 담당하는 직책도 신설했고, 직원들은 동성애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바릴라 브랜드의 무지개 팔찌를 차고 다녔다. 2018년 바릴라는 세계 파스타 챔피언십 기간에 동성애 가족을 포용하는 디자인의 제품까지 출시했다.

 

포장에는 파스타를 다정하게 먹는 두 여성의 모습과 아이와 함께 있는 두 여성, 즉 성 소수자로 이루어진 가족의 모습도 담았다. 마침내 바릴라는 2015년 미국의 ‘인권 캠페인’이라는 단체로부터 ‘기업 평등 지수’에서 최고점을 받았고, 2019년 5월 블룸버그는 ‘바릴라 그룹이 동성애 혐오증에서 국가적 긍지로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 했다’라고 보도했다.

 

바릴라 그룹은 그간 간과했던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불균형의 문제점을 호되게 배웠고,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1930년에 설립된 퍼블릭스(Publix)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이자 종업원 소유 기업이다. 퍼블릭스의 경우 종업원 소유 기업이란 직원이나 이사회 구성원만 퍼블릭스의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모든 종업원은 주주로서 퍼블릭스의 공동소유자기도 하다. 퍼블릭서는 이직률도 무척 낮고, 근속연수도 25년이 평균일 정도로 한번 입사하면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근무하는 일 하기 좋은 기업이다. 

 

퍼블릭스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DE&I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을 정도로 퍼블릭스는 두 번의 큰 사건을 겪었다. ‘성차별’과 ‘인종 차별’로 인한 대규모 소송이다. 미국에서 이 두 가지 차별은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나올 정도로 대중이 아주 민감하며 해당 기업이 죄악시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1995년 퍼블릭스는 성차별 소송에 휩싸였다. 여성들을 저임금 자리에만 근무시키고 유리천장으로 단단히 쌓아 고위직으로 올라가지 못 하게 한다는 이유였다. 퍼블릭스는 2년여에 걸친 소송 끝에 8,150만 달러를 지출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법원은 ‘평등고용기회위원회’가 퍼블릭스의 고용 및 승진 등을 최대한 7년간 집중 모니터하도록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0년에는 일부 직원이 인종 차별 소송을 제기했고, 퍼블릭스는 또 한번 1,050만 달러를 지불했다. 총 9,200만 달러를 지불하며 성차별과 인종 차별 소송을 감당했어야 했다.퍼블릭스는 종업원 소유 기업이지만 그 종업원들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제대로 다양성과 형평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상대로 거대 소송을 했고, 퍼블릭스는 호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젠 퍼블릭스의 구인 광고를 보면 ‘다양성과 재능 경영 담당 부장’, ‘ 인력분석과 다양성 담당 과장’등이 있다. 

 

기업도 사람이다. 태어나서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하는 사람처럼 기업도 이러한 싸이클을 밟는다. 다만, 사람은 은퇴하고 노화하고 사망한다. 하지만 기업은 죽지 않는 무병장수를 원한다. 그것도 그냥 장수가 아니라 오히려 무한히 성장하는 불사조를 원한다. 기업들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들도 대가를 치르며 배운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해 소송도 당하고 그 바람에 매출도 떨어지며 기업문화도 망가지는 등의 혹독한 수업료를 내고 배운다. ESG는 기업문화이기도 하다. 서구 회사들처럼 매부터 안 맞으려면 ESG를 위한 ‘DE&I’부터 기업문화로 내재화를 서둘러야 할 때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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