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튀는 통신 3사 '양자 암호' 기술 경쟁…누가 먼저 '상용화 꿈' 실현할까?
[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최근 SK텔레콤(SKT)와 KT, LG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가 '양자 암호' 기술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IBM을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기업들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암호화 체계가 붕괴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를 통한 보안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양자암호 기술이다. 국내 통신 3사가 양자암호 기술 상용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들의 양자암호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상용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으로 넓어지거나 차세대 기술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안 기술은 LGU+, 상용화에서는 SKT와 KT가 더 빠르다고 보고 있다. LGU+와 다른 두 기업의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SKT와 KT는 양자암호키(Quantum key distribution, QKD) 기술을 바탕으로, LGU+는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PQC)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양자암호키와 양자내성암호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 양자암호가 지금 필요한 지를 알아야 한다.
최근 IBM, 구글, MS 등 해외 IT 기업들이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이제 일반 사람들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곧 고성능 양자컴퓨터를 통해 기존 암호 시스템을 쉽게 뚫을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는 의미이다.
기존 암호체계인 RSA(Rivest Shamir Adleman)는 소인수분해를 이용했다. 아주 큰 소수와 소수를 곱하기는 쉽지만, 역으로 아주 큰 수의 소인수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RSA는 250자리의 숫자를 소인수분해 해야 문제를 풀 수 있게 알고리즘이 만들어졌다. 이는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수초 안에 기존의 암호를 풀어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두 가지 상태를 이용해 계산했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중첩'이라는 세 번째 상태를 이용해 더 빠른 연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환 KT 융합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전 컴퓨터로 소인수분해를 하는데 33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동일한 수준의 알고리즘 수행에 단 1초의 시간에 이를 해결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보여졌다"고 설명했다.
양자암호 기술은 기존 암호 시스템을 대체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물리적인 암호화 기술과 아주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양자컴퓨터 계산 능력으로도 풀지 못한다.
양자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로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QKD는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준다. 이론상 양자는 거리에 상관없이 동시에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완벽한 암호를 전달한다.
양자는 매우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간에 해킹이 개입되면 바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송수신자는 1분 내 새로운 암호값을 받아 이용하면 된다.
SKT와 KT는 이 기술을 이미 상용화해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SKT는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양자암호 통신장비를 국산화했으며, 지난 2018년 스위스의 양자암호 기술 기업 IDQ를 인수하는 등 업계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SKT는 삼성전자와 양자암호화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 퀀텀2를 개발했다. 스마트폰 자체에서 양자암호를 생성하는 칩을 심어 보안을 강화했다.
또 자회사 IDQ와 지난 4월 기업용 양자암호 기술인 퀀텀 VPN을 개발했다. 기존의 5G 전송망이 아닌 기업 자체 IP장비와 연동해 기업들의 보안을 강화했다.
KT는 국가 인프라 사업에 양자암호 기술을 중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의 양자암호 통신망 구축·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해당통신망에서는 KT가 개발한 국제표준 기술이 적용됐으며, 지난해 5월에는 양자암호 기술을 통한 5G 데이터 전송 실증에 성공했다.
최근 KT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양자암호 기술을 제공하는 ‘양자 하이브리드’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별도 칩셋을 탑재하는 것이 아닌, 앱으로 양자암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LGU+도 양자암호 기술 상용화를 선언했으나, SKT와 KT보다 상용 서비스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다만 LGU+는 기존의 양자암호키보다 진보된 양자내성암호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차세대 양자암호 기술로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양자컴퓨터로 암호를 푸는 데 수십억년이 걸리는 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과 달리 별도의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SW)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
2019년 말 LGU+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크립토랩과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지난해 6월 전 세계 최초로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탑재된 광전송장비를 개발했다.
게다가 최근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에 대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시험·검증도 받았다. TTA의 이번 검증은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권준혁 LGU+ NW(네트워크)부문장은 "TTA의 시험·검증을 통과한 당사의 산업·의료분야 양자보안 솔루션이 올해에는 더욱 다양한 산업군에서 높은 보안성을 제공하게 된다"며 "암호키교환 등 알고리즘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더욱 보편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양자보안 인프라를 늘려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