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저가항공사(LCC)들이 위태로운 지경에 몰렸다.
LCC들은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적자를 냈고, 특히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면서 자본금이 줄어드는 상태를 뜻한다. 자본금이 바닥나면 완전 자본잠식이 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418억원, 영업손실 873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1분기 자본총계는 1371억원, 자본금은 1924억이다. 지난해 4분기 말 자본총계가 2168억원에 자본금이 1924억원으로 간신히 자본잠식을 피했지만, 올해는 자본총계가 줄어들면서 자본잠식이 됐다.
제주항공의 총부채는 966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05%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439%보다 226%P(포인트) 늘었다.
제주항공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1761억원이다. 유동성 리스 부채 1138억원을 합치면 제주항공의 상환 차입금은 3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진에어는 올해 1분기 매출 439억원에 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자본총계는 259억원, 자본금은 450억원이다.
진에어 부채는 464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793%에 달한다. 부채는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자본이 급감하면서 부채비율이 지난해 1분기 467%에서 1326%P(포인트)나 증가했다.
에어부산은 1분기 319억원의 매출에 47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자본잠식이 됐다. 에어부산의 자본총계는 538억원이며, 자본금은 820억원이다.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838.7%에서 올해 1분기 1750.4%로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1분기 454억의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가 2배 늘었지만, 지난달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본잠식에는 빠지지 않았다.
LCC들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까지 영향을 미칠 상황이다.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물동량이 증가하고 화물 운임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화물 사업 확대를 통해 올해 1분기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며 선방했지만, LCC들은 화물기가 없어 이런 수혜도 볼 수 없다.
하지만 LCC들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지만, 흑자를 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LCC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국제선 여객 운항 재개를 통한 수익성 강화이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2024년은 돼야 여객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CC들이 국내선 운항에 집중하면서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내선 항공편 수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서며 공급 포화 상태이고, 항공권 가격은 절반가량 낮아졌다.
LCC 업계 관계자는 “계속 국내선을 띄우고 있지만, 간신히 변동비만 벌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선은 연말까지 작년과 비슷한 수준만 운항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LCC들은 정부의 조속한 금융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2천억원 수준의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자금 지원을 위한 실사 등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CC들이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올해를 버티기 힘든 만큼 인수·합병(M&A) 등으로 올해 LCC 구조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