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인터뷰] 홍요섭 코엠이노베이션 대표, “드론 전력화, 국산화와 해외도입 균형점 찾아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5.17 16:18 ㅣ 수정 : 2021.05.18 16:48

“자주국방 차원의 드론 국산화 필요하나, 전력 향상 위해 최고 성능 해외드론 도입도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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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미상공회의소(AMCHAM)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 참석 중인 홍요섭 코엠이노베이션 대표(오른쪽 두 번째). [사진=코엠이노베이션]

 

[뉴스투데이=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에디터] 지난해 11월 10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한 달 보름간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예전 전쟁에서는 아르메니아가 우세했지만 이번에는 아제르바이잔의 완승으로 끝났다. 드론전투의 전술적 성과 때문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의 드론 활용은 미래전쟁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향후 전장의 무기체계는 빠르게 무인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우리 육군도 현재 ‘드론봇 전투체계’를 구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국산화 정책의 벽에 부딪혀 제대로 된 군용 드론이 한국군에 도입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드론 운용개념에 대한 연구도 지지부진해 대외적인 홍보에 비해 발전은 더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세계 최고의 군용 드론 전문업체인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한국 사업을 담당하는 홍요섭 코엠이노베이션 대표를 만나서 인터뷰를 가졌다. 1971년에 설립된 에어로바이런먼트는 미 육군이 사용하는 소형드론의 85%를 공급하고, 전 세계 50여개국에 납품하며, 최근 중형무인기로 영역을 확대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일각에서는 민간 상업용 드론에 국방색 칠을 하면 군용 드론이 되느냐며 육군의 상업용 드론 구매를 비웃는 시각도 있다. 상업용 드론과 군용 드론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운용 환경과 개발 목표가 다르다. 상업용 드론은 맑은 날 안전이 확보된 곳에서 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군용 드론은 통신이 열악한 강원도 산속, 달빛조차 없는 야간, 강한 비바람이 부는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환경 극복을 위한 소재와 부품의 수준이 달라진다.

개발 목표 또한 상업용 드론은 장비를 처음 접한 사람도 쉽게 날릴 수 있어야 하고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그러나 군용 드론은 고성능 대대급 정찰무인기가 중심이 돼 위로는 장거리·장시간 대형무인기를, 아래로는 지상로봇과 연계한 정보 획득 및 분석, 정밀타격 등을 수행한다.  특히 합동성과 치명성 강화,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신뢰성 확보에 주력한다. 

 

Q. 우리 군이 사용하는 소형드론은 글로벌 기업 제품과 비교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A. 개발 개념에 차이가 있다. 군용 드론 강국인 미국·중국·이스라엘은 대대급 제대의 실전능력 향상에 목표를 둔다. 작전반경 10~40㎞ 내에서 전장정보분석, 전자전, 통신 중계, 정밀타격 연동 등 현대전에 필요한 기능을 담아내고 실전에서 검증된 제품만 공급한다. 

 

하지만 한국군이 사용하는 소형드론은 작전반경 10㎞ 이하의 소대-중대급 장비다. 센서, 소총, 포탄을 저렴한 회전익 드론에 거치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은 되겠지만 야전·특수전 부대의 수색·정찰 및 종심침투 임무에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Q. 군용 드론을 제대로 만들려면 어떤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가?

 

A. 단거리 정찰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정찰, 자폭형, 소총 탑재 드론은 비행 제어(Flight Controller), 센서, 안테나 기술이 필요하다. 또 수색·정찰 및 특수전 부대에서 운용되는 드론은 방수, 방염, 온도 극복 기술과 통신두절 대응, 장애물 회피, 전자전 기술 등이 요구된다. 

 

Q. 국내기업이 그런 기술을 가지려면 글로벌 기업과 어떤 방식의 협력이 필요한가?

 

A. 두 가지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모터나 동체 제작 관련 부품·소재 기술을 가진 국내기업이 미국·중국·이스라엘·터키의 글로벌 체계종합 기업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방안이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 외에도 해당국의 방산시장 보호 장벽을 넘어야 하지만, 이미 호주나 일본 같은 동맹국들이 공급망에 참여한 사례가 있어서 노력하면 가능하다.  

둘째, 미국·중국·이스라엘·터키의 첨단 무인기를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위탁생산을 유치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공급 가능한 부품·소재를 확장하고, 중장기적으로 체계종합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진 대대급 정찰무인기 ‘RQ-11 레이븐’의 생산 공장을 특정 국가에서 유치를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 

 

Q. 국산 군용 드론 획득을 우선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와 개선사항은? 

 

A. 드론 개발의 방향성이다. 국산화와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해외 장비 도입에 관해 이상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드론봇 전투체계의 핵심은 대대급 고정익 정찰무인기인데, 대부분의 사업이 단거리 회전익 드론에 편성돼 있다. 이로 인해 수색·정찰 및 특수전 부대에서 실전 운용이 가능한 드론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드론 개발은 무엇보다도 전력 향상이 첫 번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용사들이 신뢰할 수 있고 사용하고 싶은 장비가 필요하다. 자주국방 차원에서 드론 국산화 정책은 필요하지만,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일부 부대들은 최고 성능의 드론을 해외에서 소량 도입하여 전력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군의 소요제기 능력도 함양될 수 있다.

 

Q. 미국은 드론처럼 새로운 무기체계가 나오면 전술 개발에도 기업이 참여하나?

 

A. 참여한다. 전투기와 전차 제조사가 전술 개발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장비 개발과 성능 향상이 이뤄지면 작전개념, 계획 수립, 시뮬레이션, 비상상황 대응이 모두 달라지고, 전장 환경도 변하기 때문이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미 특전사 출신의 직원도 상당수 있어 무인기를 활용한 전술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Q. 군과 기업 간 협력 관점에서 볼 때 미군과 한국군의 차이점은?

 

A. 드론의 경우, 미군은 분야별로 전략기업을 육성한다. 전략기업으로 지정되면 미 교육사령부의 로드맵에 따라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군으로부터 직접 피드백 받는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장비 개선과 테스트를 수개월 간 반복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 가능한 장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군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외국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대표적으로 올해 시작한 단거리 정찰 프로그램(SRR)의 경우 선정된 5개 사업자 중 1개가 프랑스 기업이었다. 대대급 무인기를 공급하는 에어로바이런먼트도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 모바일 솔루션의 제품을 채택해 미 육·해군 및 해병대에 보급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은 대기업이 참여하는 중대형 드론사업을 제외하면, 소형 드론사업에만 수십 개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10년을 내다본 대규모 인력 채용이나 해외기술 구매 같은 투자가 제한된다. 단, 최근 2년간 컨퍼런스와 전시회를 통해 군과 기업 간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Q. 한국 육군의 현 상황과 국내기업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접근 방안은?  

 

A. 글로벌 기업과 국내 소재·부품 기업 간 제휴를 독려해야 한다. 해외기업의 국내 위탁생산을 장려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전력화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대외적으로는 해외기업의 영업망을 활용해 아시아 권역부터 수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군은 야전·특수전 부대에서 경쟁적으로 보급을 원하는 장비 획득과 전력 향상에 집중해야 하며, 군사력 건설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기업 육성과 안보태세 확립 간 균형을 지향해야 한다. 국내기업은 실전에 활용될 수 있는 장비를 공급해야 하며, 군에서 검증된 장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홍요섭 코엠이노베이션 대표 프로필 ▶ 무인기 및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인 코엠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에어로바이런먼트’와 손을 잡았다. 현재 에어로바이런먼트 한국사업 담당 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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