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정부와 기업이 나서 글로벌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2030년까지 51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업계에서는 세계 1위를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 참석해 반도체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정부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반드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분야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에 화답해 메모리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기존에 밝힌 133조원인 투자비를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발표한 '2030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금액보다 38조원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과 민간 투자를 확대했음에도 여전히 한국 반도체 산업의 투자 금액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두고 혈전을 벌이는 빅3의 연간 투자액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만의 TSMC는 31조원, 인텔은 22조원인데 삼성전자는 17조원에 그친다. 앞서 밝힌 금액보다 38조원을 더 늘려 투자한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1위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인 TSMC이다. 2위인 삼성전자는 그 뒤를 추격하는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이다. 인텔은 새롭게 부상하려는 '다크 호스'정도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액이 가장 적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파운드리 분야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올해 280억달러(한화 약 31조7000억원), 향후 3년간 11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파운드리 사업 재도전을 알린 인텔 역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200억달러(한화 약 22조67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내 공장 2개를 지을 예정이다.

TSMC는 이미 54%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더욱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종합 반도체 기업(IBM) 1위인 인텔 역시 기술과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설투자비에 투자한 금액은 13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투자비를 늘리더라도 171조원을 10년으로 나누면 연간 17조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부 지원 금액 역시 패권경쟁에 뛰어든 다른 국가들 보다 적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과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500억달러(한화 약 57조원)의 금액을 반도체 육성 계획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년’ 계획의 일환으로 최대 1조위안(한화 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밝힌 ‘K 반도체 전략’에는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2024년까지 3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안만 담겨 있어 패권경쟁에 돌입한 다른 경쟁국 보다 현저히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사면 여론조사서 찬성입장은 64%∼74% 달해

일각에서는 경쟁국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파운드리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총수 역할론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총수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해야 효율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거나 M&A(인수합병) 등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재계는 물론 정치·사회·종교계에서 한 목소리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줄곧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사회 곳곳에서 계속된 사면 촉구에 완화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을 많이 보내고 있다"며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 11일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6%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64%로 집계됐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