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130)] 국회의원의 그림자 수행비서가 살아가는 법

민경식 기자 입력 : 2021.04.28 10:13 ㅣ 수정 : 2021.04.28 10:22

"힘든 만큼 가치있는 경험해볼 수 있어 장점도 많아" / "고생만 실컷 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면직되는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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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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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 직업에 따라 성공 방정식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잘 포장해 전면에 드러내는 게 미덕이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표를 준다. 반면에 국회의원 수행비서는 음지에서 일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자신의 상관인 의원이 잘 부각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수행비서로서 자기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게 바람직하다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 6년차 베테랑 수행비서 A씨, "의원의 공과 사 전체를 관리한다"

 

20대 국회부터 시작해 6년차 베테랑 수행비서인 A씨는 27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수행비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의원의 공과 사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답했다.

 

A씨는 “국민들의 생각과 다르게 국회의원의 일정을 보면 매우 빠듯해 그들을 보좌하는 수행비서도 웬만한 정신력과 체력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며 “재보궐 선거 때, 의원을 모시고 서울과 부산을 넘나들며 지원 유세를 했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책 마련을 위한 잦은 회의로 근래 제대로 쉰 날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한편, 일적으로 힘들지만, 의원을 움직여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것만큼 보람차고 가치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며 “누구든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공익적 가치와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해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 팔방미인처럼 일하는 수행비서, 운전능력과 체력은 기본···최근 홍보, 정책 등도 도맡아

 

A씨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수행비서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로 비유된다. 대중의 시선에는 잡히지 않지만 국회의원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최측근이다. 

 

국회, 민원현장, 행사, 지역사무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의원과 모든 일정을 함께한다. 주말과 공휴일을 반납하고 의정활동의 시작과 끝을 동고동락한다. 하루종일 의원을 수행하는 만큼 운전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체력은 필수다. 요즘 네비게이션이 워낙 잘 구축돼 있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길눈이 밝아야 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이쪽으로 가라 혹은 저쪽으로 가라"고 헷갈리게 지시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교통법규를 준수하면서 헤매지 않고 반드시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외부행사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중간에 대기하는 짜투리 시간 동안에 독서나 운동을 하면서 자기개발을 하는 게 좋다. 

 

의원의 공과 사를 가장 많이 알기 때문에 입이 무거워야 한다. 밖에서 의원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주로 차에서 오가기 때문에 비밀 유지가 안 되는 수행비서는 오래 일하기 어렵다. 

 

수행비서는 의원이 필요로 하는 서류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는 이유로 ‘가방모찌’라는 별명도 있지만, 정보를 선별해 조언하는 브레인 역할도 한다. 서류뭉치가 빼곡한 가방은 의원과 함께 여러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절실함과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수행비서의 업무 범위가 늘어나 의전·수행은 기본으로 사진, 영상, 편집, 정책 등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수행비서는 만능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수행비서의 연령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정치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심신은 힘들지만 의원을 통해 세상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성취감이 큰 직업이다.

 

■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받는 ‘파리목숨’/수행비서 B씨, "채용공고 보고 해고사실 알아"/전반적인 처우 개선 시급해 

 

수행비서는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A씨는 “휴일에도 늘 긴장하고 대기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상 휴가가 설령 생긴다해도 선뜻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조사에도 눈치가 보이며, 휴가를 쓸 경우 대체인력을 선정해야 하므로 타 직원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걱정에 휴가 생각을 더욱 못하게 되는 순간이 많다”고 고백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근로기준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수행비서 면직’ 논란으로 보좌진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법적 제도는 체계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모 의원실에서 수행비서로 근무하다가 최근 면직된 B씨는 “수행비서가 면직되는 대개의 경우는 차량사적운용, 공금횡령, 법인카드 유용 등이 있다”며 “그런데 내 경우는 업무적 역량의 문제가 아닌 인사권자의 단순 변심으로 면직된 사례이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근무를 정상적으로 하는 중 채용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해고사실을 알았다"면서 "팩스 한장으로 해고된다는 국회의 우스갯소리가 나에게 현실로 일어나 경악했다”고 푸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국회가 정작 자기 식솔인 보좌진의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직업적 특수성을 핑계로 나 몰라라 한다”며 “특히 대부분의 수행비서들은 불철주야 가리지 않고 휴가도 없이 의원만을 위해 일한다. 수행비서를 비롯해 국회 보좌진에 대한 처우개선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입법부 내에도 건강한 노동 환경이 구축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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