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국민에 헌신할 수 있도록"…경제 5단체, 청와대에 이재용 사면 건의
[뉴스투데이=박기태 기자]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꾸짖고 치열한 반성이 있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기업의 본분이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한국무역협회(무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등 국내 경제 5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이재용 부회장의 특별 사면을 건의하고 나섰다.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의 사면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건 약 10년만의 일이다. 그만큼 현 우리 경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청와대 소관 부서(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 제출된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는 손경식 경총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강호갑 중견련 회장 등 경제 5단체장 명의로 작성됐다.
경제 5단체장은 사면 건의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요 경쟁국들 또한 투자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경제 5단체장은 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역시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위한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서는 기업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사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앞서 불교계와 전국 유림 대표조직인 성균관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바 있다.
성균관은 지난 26일 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빠른 사면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서를 보냈다.
여기에서 성균관은 "'함께 잘사는 나라를 위해 도전하겠다'는 최근 대통령님의 메시지를 보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부여해 지금의 여러 어려움을 앞장서 해결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이 부회장이 지난날의 과오를 용서받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의 감정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을지라도 우리 사회와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결단해주시길 바란다"며 "하해와 같은 넓은 아량을 베풀어 그에게 선택할 시간을 주시면 바랄 것이 없겠다. 이 청원을 늙은이들의 망언이라 치부하지 마시고 깊이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도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등에 탄원서를 보내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주지협은 "이 부회장은 참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판결 선고가 있기 전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며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 변화된 사회의식과 소통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