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2030세대는 왜 '도지코인'에 열광할까...'이판사판(all-or-nothing)' 게임 중
부동산 폭등에 좌절한 그들, "큰 돈을 벌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다"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30 세대가 있다. 취업난과 부동산 폭등에 좌절한 2030 세대가 생활고 해결, 노후 대비 등 뿐만 아니라 집값 마련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일확천금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영위하는 알바족까지 앞다퉈 뛰어드는 분위기이다.
암호화폐는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이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이 금융위에서 받은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올해 1분기(1~3월) 거래금액은 1486조277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거래금액인 357조344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거래금액은 1월(292조1236억)→2월(463조1547억원)→3월(730조9987억원) 등 매달 큰 폭으로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 따르면 올해 2월 가상화폐 앱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었다. 그 중 2030 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이는 2030 세대들이 한국 사회에서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신들도 코인 시장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신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포모(Fearing Of Missing Out.FOMO) 증후군에 빠지는 것이다. 때문에 적어도 남들만큼은 따라가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코인을 사는 것이다.
■ 발급량 제한 없는 도지코인 '광풍'이 가장 거세 / 폭락과 폭등 거듭해
이런 와중에 도지코인이 2030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비트코인은 코인 발급량 등을 제한하고 있다. 반해 도지코인은 발급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분에 1만개 정도가 생산된다.
‘도지코인’이 급부상한 배경으론 올해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SNS에 ‘도지코인이 미래다’ 등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한때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연초 약 0.5센트 정도에 거래되던 도지코인 가격은 70배 수준인 약 36센트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도지코인이 제2의 게임스톱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미국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4월 20일을 ‘도지데이’로 정하고, 도지코인의 가격을 1달러로 끌어올리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21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도지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7% 내려간 34.46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의 업비트에서도 16.18% 하락한 4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암호화폐 투자 광풍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030 청년층들이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집값 마련이 어려워지자 "큰 돈을 벌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다"는 '이판사판(all-or-nothing)' 사고방식에 빠져 도지 코인 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 황수성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암호화폐 시장에서 다치는 건 2030 세대다”
황수성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부동산, 채권, 주식, 파생상품 같은 자산과 비교해 볼 때, 암호화폐는 위험한 자산”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과거 3~4년동안 암호화폐의 가격이 상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며 “암호화폐는 자산의 수익률에 반해 변동성이 심한 탓에 ‘고위험 자산’으로 불린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하지만 “2030(젊은 세대)들이 고위험 자산인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최근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저축을 해도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인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자산을 다 잃어버린던지 혹은 큰 이익을 보던지 둘 중에 하나라는 판단하에 투자를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데,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열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1~2년이 지나면 사그라들 전망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암호화폐의 자산가격은 다른 자산에 비해 기초자산이 없고, 사람들 간의 동의(agreement)되는 가격하에 움직이는 것”이라며 “실제로 비트코인을 가지고 다른 자산하고 맞바꿀 수 있는지 생각한다면 기초자산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불확실하다”며 “그러는 와중에 돈이 워낙 시중에 많이 풀린데다 투기적인 성향까지 맞물려서 변동성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이런 현상은 계속될 수도 없고, 역시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이런 투자 암호화폐를 둘러싼 열기가 수그러든다면, 암호화폐에 투자를 많이 한 2030 세대가 손해를 봄으로써 많이 다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증권사 관계자, “주축세력이 빠져나가면 막판 투자자 독박 쓸 것”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증권관계자는 “암호화폐의 일종인 도지코인의 채굴량이 무한한 점과 실체가 없는 도지코인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혹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2030 세대가 암호화폐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예전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게 용이했지만, 최근엔 집값이 너무 올라서 어렵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 2030 세대가 ‘한탕주의’ 생각을 기저로 리스크를 부담하고 투자하는 거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위험한 투자가 아니고선 젊은 세대가 돈을 크게 벌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젊었을 때 위험 자산에 투자를 해야 노후를 잘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투자 열기가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거품이 빠지는 시기는 당연히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투자 열기를 이끄는 주축 세력이 있을 건데 그 세력이 빠져나가면 이런 열기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축 세력이 언제 빠져나갈 지는 확언할 수 없고, 막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독박을 쓸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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