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다 10배 비싼 물건 파는 분양상담사, 코로나 탓에 춘래불사춘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파는 직업은 무엇일까? 답은 '분양상담사'다. 분양상담사는 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상가, 빌라, 전원주택, 타운하우스까지 다양한 부동산 상품을 판매하는데 자동차 영업사원보다 평균 10배 비싼 제품을 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분양과 투자를 결정하는 데 조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 진입장벽은 낮지만 높은 전문성과 소통능력 요구
분양상담사가 되기 위해서 별도의 자격증이나 교육이 필요가 없다. 나이와 학력에 대한 제한도 없다. 분양상담사의 구인 및 구직은 시행사들과 업무협약을 맺은 분양대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분양대행사는 분양일정과 분양 광고에 맞춰 상담사를 모집한다. 고용 방식으로는 월급제가 아닌 100% 성과제가 대부분이다. 개인 능력에 따라서 보수가 천차만별인 직군으로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부동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특히 판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숙지와 이에 적용되는 입지조건, 부동산 정책, 세금, 대출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직업인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횡설수설 장황한 말투와 을의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행동을 하게 되면 계약체결이 어려워 질문을 통해 고객의 입을 열여야 하고 이성과 감성을 오가는 대화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이에 물량이 많아지는 시기엔 분양 실무에 능한 베테랑 인력을 서로 모셔가기 위해 업계에서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양상담사는 자신이 열심히 할수록 고액 연봉자가 될 수 있기에 업무 강도도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모델하우스에 찾아오는 고객만을 기다리지 않고 텔레마케팅, 현수막, 거점영업, 전단지, 블로그, 카페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 방식을 총동원해서 고객찾기에 매진하는데 치열한 성과급 경쟁 속에 상담사간 다툼이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분양상담사와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을 취급하는 직업적 공통점이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공인중개사는 교통의 편리성, 상권, 교육환경 등의 요소를 반영해서 '완성된 물건'을 판매한다. 반면, 분양상담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면서 현재시장에서 존재하지 않은 '출시예정상품'을 판매한다.
10년간 분양상담사로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A 팀장은 19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분양상담사는 개인사업자로 자유도가 큰 직업인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면서 "상품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되고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열어 계약을 할지 늘 고민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영업의 핵심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단순 계약에만 목적을 두면 실적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상품에 대해 분양상담사 자신도 투자하거나 거주하고 싶은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고객에게 상담을 해야 진정성이 통하고 계약이 성사된다"고 조언했다.
■ 업계 관계자, "기본급 없어서 봄, 가을에 수익 올려야 하는 데 코로나로 고객 줄어"
공급이 확대되는 시기인 분양의 계절 '봄'이 왔음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고객의 발길이 줄어 분양상담사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500~700명대 이르면서 ‘4차 유행’ 문턱에 들어선 상황이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분양업계에선 사이버 견본주택 등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내방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모델하우스 출입구에 소독게이트 및 발열체크용 열화상 카메라 설치, 견본주택 내부 손 소독제 비치, 사전예약제 운영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 B씨는 "기본급이 없기에 봄과 가을 등 부동산 공급이 활발한 시기에 계약을 많이 성사시켜 수익을 만들어놓아야 하는데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분위기로 분양업계의 위축이 예상된다"며 "힘든 상황인 만큼 계약을 무조건 쓰기 위해 과장된 홍보를 하는 다른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으로 분양 상품의 판매 방식이 다소 복잡해진 사례가 많다"며 "분양상담사를 비롯한 프리랜서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