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총수 이재용 구속된 삼성전자, 바이든과 시진핑의 반도체 패권다툼서 어쩔고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4.15 14:14 ㅣ 수정 : 2021.04.15 15:50

오스틴과 시안 사이에서 눈치보기?/총수 부재 상태서 의사결정 어려움 커져/전기차 시대 대비한 차량용반도체산업 진입여부도 고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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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삼성전자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미·중 간 반도체 전쟁에 휩쓸리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경쟁적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삼성전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3년 전 이미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10년 동안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패권을 쥐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분야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 국면은 새로운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촉발된 공급부족 사태가 스마트폰, PC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주권’ 확보를 안보문제로 규정하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으로의 줄서기를 강요받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 확대경제장관회의에 국내 대기업 사장급 최고경영자(CEO)들을 다수 초청해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 및 반도체 수급 대란 문제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원론만 확인하고 각론은 개별 기업에게 맡길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미중의 압박 강도가 높아서 섣불리 투자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19개 기업의 CEO를 초청해 화상회의를 가졌다. 삼성전자와 미국의 인텔, 대만 TSMC를 비롯해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롭그루만, NXP, 패카,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기술, 스텔란티스 등이다.

 

삼성전자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기업들로서는 미국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게 명예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는 행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다. 5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파운드리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기업인 TSMC가 1위이고 삼성전자가 2위이다. 바이든이 TSMC와 삼성전자를 정조준해서 추가 투자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조원 달러 규모의 반도체 추가 투자계획을 밝혀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 이상의 투자를 압박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바이든은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면서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를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은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의 서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주도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달 제시한 2조2천500억 달러(2천530조 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에 5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및 연구지원 예산이 포함돼 있음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당초 바이든의 대선공약은 재생에너지 인프라 패키지 2조 달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반도체 수급대란이 중대변수로 부상하자, 이번 패키지에 반도체 투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동시에 중국 산시성 시안의 공장에서도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시안공장의 증설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추가 투자를 해야할 지, 또 추가 투자를 할 경우 오스틴과 시안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 등이 모두 고민거리이다.

 

또 삼성전자는 그동안 저수익성 제품인 차량용반도체를 생산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었다. 고수익성인 스마트폰용 등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차량용반도체를 위한 생산시설을 뒤늦게 구축해야할지 여부도 결정돼야 할 사항이다. 바이든이 삼성전자나 TSMC측에 차량용반도체를 꼭 찍어서 생산을 압박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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