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넘아가려면 비메모리 사업 관련 호재가 필요하다”
[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하나금융투자는 8일 삼성전자에 대해 수요는 양호한데 칩 부족 우려가 주가에 부담이라고 전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7.48% 늘어난 65조원, 영업이익은 44.19% 증가한 9조3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 대비 상회하고, 실적 발표 직전에 높아졌던 기대에 부합했다”며 “하나금융투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8조9000억원이었는데 잠정 영업이익과 차이가 크게 나는 점은 세트 부문 중 CE(소비자가전) 영업이익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LG전자도 서프라이즈 수준의 잠정 영업이익(1조5000억원)을 발표했고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생활가전과 TV 실적이 예상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전일 대비 –0.47%로 마감했다”며 “다양한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참고해보면, 전 세계적인 칩(부품) 공급 부족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실적이 견조하게 유지되려면 핵심 부품 공급이 필수적인데, 이미 완성차 등 다른 업종의 완제품/OEM 분야에서 칩 공급 부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실제로 세트에 탑재되는 부품 중에 Driver IC 등의 부족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급사는 연내 가동률이 100%에 근접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벌써 내년 수주를 대비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대미문의 부품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세트/완제품/OEM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공통적 현상이고, 그중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다른 세트/완제품/OEM 공급사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 과점, 파운드리/후공정 라인 보유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오랫동안 내재화(수직계열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기존 하나금융투자 테크팀 코멘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방산업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량 조정이 아니라 생산 제약에 따른 출하량 조정 가능성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하다고 판단된다”며 “여하튼 전대미문의 부품 공급 부족 때문에 최종적으로 서플라이 체인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패자로 남을 것인지, 원가 상승을 최종 판가에 이전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아직 결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감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세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가 부품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1분기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사업부별로 추정해보면 반도체 3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4000억원, IM(IT & 모바일) 4조2000억원, CE 8000억원, 하만 3000억원”이라며 “세트 사업부에 해당되는 IM, CE, 하만의 실적 추정치가 연초 예상 대비 상향 조정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부품 부문 중에 반도체는 4조원 달성이 어려웠다고 판단한다. 미국 오스틴 한파로 인한 생산라인 셧다운과 wafer loss 때문”이라며 “아울러 부품 부문 중에 디스플레이에서 영업이익을 5000억원 미만 수준인 4000억원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일부 OLED 소형 패널 모델의 수주 감소 및 LCD 생산라인 스크랩 관련 비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음 분기의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2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분기 대비 크게 다르지 않은 9조3000억원”이라며 “4월 말 삼성전자 실적 컨퍼런스콜 이후 더욱 자세하게 추정치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지만, 2분기에 일회성 이익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의 체력을 나타내는 규모는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추정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다면 10조원 이상 달성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이 매출 기준 70조원, 영업이익 기준 10조원을 너끈하게 상회하는 시기는 3분기와 4분기로 예상된다”며 “2020년의 경우에도 분기 최고 영업이익은 3분기의 12조3000억원이었다. 이러한 실적 흐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기 전까지 지표 중에서 호재가 등장할 만한 부분은 메모리 현물 가격 혹은 계약 가격과 같은 지표이므로 이런 상황은 대형주 중에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가 9만원을 편안하게 넘어가려면 반도체 사업, 특히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사업 관련 호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행인 점은 주가의 걸림돌이 텍사스 오스틴 한파였는데 재가동이 시작되어 악재가 끼치는 영향력이 완화됐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