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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계 1위 다투면서 '장비'는 뒷전…'한국형 ASML'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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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4.04 07:49 ㅣ 수정 : 2021.04.04 07:49

세계 반도체 장비 톱15에 국내 기업 '0' / 소·부·장 육성책에도 '장비' 투자 역부족 / 전문가 "슈퍼사이클인 지금이 투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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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수급 부족과 슈퍼사이클(대호황)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반도체 산업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격차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에 이어 D램에서도 세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공정을 통한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기술과 설비 모두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정부 역시 관련 정책을 통한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 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올해 2월 △민간중심 시스템 반도체 성장 지원방안 △차량용 반도체 지원 △전력반도체 육성 방안 등을 발표하며 견고한 반도체 강국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대부분 반도체 ‘제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장비'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낮아 투자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장비 산업만 놓고 보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국가라는 게 무색하다.

 

반도체 장비 소비는 높고 장비 제작 비중은 낮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장비산업의 시장규모는 2019년 기준 597억5000만달러(한화 약 67조원)이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설비 투자 감소로 전년대비 7.4%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산업 규모가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비 산업의 성장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시장 경쟁력은 매우 낮은 편이다. 

 

반도체 시장 조사기관 VLSI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 어플라이즈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이며, 네덜란드 ASML와 일본 도쿄일렉트론, 미국 램리서치 등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들 4개 반도체 장비사가 올리는 매출이 전체 시장의 60%에 달한다. 반면 국내 기업은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15위권에도 이름을 올린 기업이 전무한 상황이다. 

 

국가별로 봐도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관심도가 얼마나 낮은지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장비 비중은 미국 42.0%, 일본 20.9%, 네덜란드 17.6% 순이다. 우리나라는 기타 국가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반도체 장비 주요 소비국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SEM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규모는 대만,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3위다. 중국의 경우 현지에 있는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등에서 발생한 금액이 포함된 것이어서 이를 모두 합하면 국내 반도체 장비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는 곧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요는 높으나 자국에서 공급하는 장비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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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해외 수입의존율 [자료=산업부 / 표=뉴스투데이]

 

일본·중국과도 협력하는 ASML…한국 협력사는 ‘0’

 

현재 노광공정(빛을 쏴서 회로를 인쇄) 장비는 ASML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노광공정은 반도체 공정 전체 시간 중 60%를, 생산 비용 중 3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과정으로, ASML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85∼90%에 달한다. 현재 일본의 니콘과 캐논이 ASML의 뒤를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경쟁력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즉, ASML의 EUV 노광장비 확보가 곧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라는 의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직접 네덜란드에 방문해 ASML과의 협력을 긴밀히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만큼, 다양한 협력사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다. 네덜란드 VDL그룹과 독일 자이스(ZEISS), 벨기에 IMEC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교세라가 ASML에 부품을 공급하고, 미쓰이 케미칼과 EUV 펠리클 기술 개발 협력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ASML은 중국과의 협력도 진행해왔다. 2017년 상하이 반도체연구개발센터유한회사(ICRD)와 인재육성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산학연과의 협력도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ASML의 협력업체 중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에스엔에스텍이 EUV용 펠리클 협력사로 거론됐으나 실제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에스엔에스텍 관계자는 “지난해 ASML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우리가 공식 펠리클 공급사로 소개된 바 있지만 최종 사용자와의 공급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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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정부·기업 R&D 투자 소재·부품에 치우쳐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시스템·메모리 반도체의 선두주자로 거론되면서도 유난히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반도체 장비개발 정책 부족과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장비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했었던 분야”라며 “장비 수요기업은 많은데 국내 장비공급 업체는 손에 꼽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최근 소부장 R&D 투자를 통한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재와 부품에 주로 치우쳐 있다”며 “그러나 장비·설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만큼 반도체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기초 장비 기술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 위원의 주장이다.

 

정 위원은 “ASML의 EUV 장비처럼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장비는 사실 당장에 국내에서는 나올수 없는 구조”라며 “따라서 그 외에 장비에 있어서라도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후공정 분야의 기술 개발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며, 궁극적으로는 전공정에도 국내 장비기업들이 투입될 수 있도록 많이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인 지금이 그 투자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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