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3.18 17:00 ㅣ 수정 : 2021.03.18 17:00
3나노가 승부처…빠른 GAA 기술 도입이 관건 / TSMC보다 많은 31조 투자…"규모의 경제도 실현"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한 카드로 기술력을 내밀었다. 기술 리더십 확보를 통한 ‘초격차’ 확대 전략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7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를 언제 따라잡냐’는 주주의 질문에 “시장 점유율과 고객사, 캐파(생산능력)의 부족을 모두 인정하지만 첨단공정은 밀리지 않는다”며 세계 1위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부회장이 밝힌 삼성전자의 첨단공정 전략은 △4세대 10나노급 D램 △7세대 V낸드 △5나노 2·3세대 양산 △ 3나노 이하 공정 개발 등이다. 지난해 12월 5나노 공정을 처음 돌입한 점을 볼 때, 매우 공격적으로 기술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압도적 초격차를 위해 기술 리더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 삼성전자, 첨단기술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실현…4나노 공정 양산 TSMC보다 앞서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TSMC의 양강체제다. 양사의 경쟁은 주로 '캐파'와 '첨단기술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에 대한 속도경쟁으로 나타난다. 누가 두 부분에서 우위를 점령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구도도 바뀐다.
냉정히 말하면 캐파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TSMC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EUV(노광장비)는 약 25대 남짓이다. TSMC는 50대 정도로 알려졌다. 벌써 보유 장비만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에 따라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캐파에 있어 단기간에 TSMC를 따라 잡는 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한 반도체 업계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도 분산해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EUV 장비를 단기간에 TSMC와 같은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삼성전자 역시 캐파 부문의 부족함을 인정한 상태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택한 전략은 첨단기술 확보다.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을 통해 TSMC와 점유율 격차 축소,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3나노 공정 기술을 '파운드리 시장 1위' 달성의 승부처로 보고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3나노 공정 개발에 착수하고 있지만 공정 방식이 다르다.
TSMC는 기존 5나노 공정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핀펫(finFET) 기술을 이용해 3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삼성이 개발하고 있는 방식은 GAA(Gate-all-around) 방식이다. 2019년 7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밝힌 삼성전자의 ‘GAA 방식’은 기존의 기술보다 전류의 흐름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3나노 GAA 반도체가 5나노의 기존 공정 반도체보다 30%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성능은 15% 정도 향상 시킬 수 있다.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GAA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GAA 기술을 도입해 3나노 공정을 개발해 낼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시장 점유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삼성전자의 GAA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GAA구조를 통해 3나노부터는 삼성전자가 TSMC 대비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TSMC의 2나노 GAA는 삼성전자의 3나노 GAA 공정 2세대와 실질적인 성능이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도 '규모의 경제' 실현하나…올해 TSMC보다 설비투자 더 많을 것
삼성전자는 "기술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도 놓치지 않겠다"며 '압도적 초격차'를 위한 설비투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280억달러(한화 약 31조원)를 반도체 시설에 투자한다. 이는 TSMC가 지난해 4분기 컨콜에서 밝힌 투자금액 275억달러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IC인사이츠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총 932억달러(한화 약 105조3000억원)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같은 기간 투자한 447억달러에 2배를 웃도는 수치”라며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부회장 역시 생산설비 투자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7일 진행된 주총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잘 육성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투자로 적기에 생산능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경쟁에서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면서 “점유율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도 기술력과 시장 다변화로 성공 신화를 이어나가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