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3.17 18:28 ㅣ 수정 : 2021.03.18 14:38
주총 개최…"M&A·투자 통해 반도체 글로벌 1위 도약" 장담했지만… / 이재용 임원직 해임 질의엔…김기남, "상황·법규정 등 종합 검토·결정"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울 대안책이 있을까.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임원직에서 해임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한 주주의 질문에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을 뿐 최대한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17일 오전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사장), 고동진 대표이사(사장)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열었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된 후 진행되는 첫 주총이다. 그런만큼 최대 관심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대안책과 향후 사업 방향 등이었다.
■ 이재용 부회장 사법 리스크에 삼성 대응은?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의 빠른 변화와 경쟁 심화를 인식하고 이에 대응해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 본격적인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일각에서는 최장 5년 이상 이어질 총수 부재 기간의 경영 차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대한 새로운 재판이 시작된다.
이처럼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현안들은 쌓여 있는데 제한된 보고와 정보만으로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도 한계가 있다는 게 몇몇 주주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기남 부회장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김 부회장은 “회사가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해 회사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만 답했다.
■ "반도체 첨단공정은 세계 1위 TSMC에 안 밀려"
대신 "삼성전자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반도체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M&A(인수합병)와 투자를 통해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를 언제 따라잡냐’는 주주의 질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선두업체에 비해 시장 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케파(생산능력)와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게 사실”라며 “그러나 첨단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컨콜에서 "4나노 1세대 생산 공정을 개발 중이며 2세대 4나노 공정기술 개발도 가속화 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주총을 통해 다시 한번 첨단공정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됨을 강조한 것이다. 앞으로 삼성은 5나노미터, 3세대 제품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4세대 10나노 D램 등 모든 반도체 부문을 아우르는 초격차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이를 위한 파운드리 증설 및 인수합병 진행사항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M&A 진행사항과 관련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신중히 탐색하고 있고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M&A와 관련해 특정 시기를 측정할 수 없다. 전략적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갤럭시' 브랜드 선망성 미흡 인정…"브랜드 가치 올리겠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속에서의 위기를 인정했다. 브랜드 선망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5G 모델 도입과 폴더블폰 등 새 폼팩터 도입 등 기술면에서는 무선사업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브랜드 선망성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스마트폰 위기설은 최근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 4분기 스마트폰 7994만대를 판매하며 4년 만에 삼성을 밀어내고 분기별 스마트폰 판매 1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삼성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오포 등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2019년 대비 지난해 성장률에서 –14.6%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애플은 3.3%, 샤오미는 15.7%로 순증했다.
연간 점유율 역시 삼성은 18.8%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애플 14.8%, 화웨이 14.6%, 샤오미 10.8% 순으로 그 격차가 매우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역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과 경쟁 심화를 인식하고, 앞으로 고객들에게 맞춤형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 글로벌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무선기기, 가전 등 모든 기기들이 일관된 사용자 경험과 IoT 등 인텔리전스를 합해 더욱 사랑, 신뢰받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시장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고, 잠시 주춤하는 시장점유율도 회복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