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일본 직장인들이 고용이 불안한 파견직을 선호하는 이유 2위 "시급이 더 좋다" 그럼 1위는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흔히 통용되는 파견직은 ‘고용계약을 맺은 회사와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즉, 근로자는 A사에 소속되어 급여와 복리후생 등을 모두 A사로부터 제공받지만 B사에서 일하며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대신 A사는 B사로부터 파견의뢰를 받고 근로자를 파견함으로써 파견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한국에서 파견직은 흔히 경비 및 경호 같은 특수직이나 전문직, 또는 청소 같은 단순인력 아웃소싱을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에서 파견직이라고 하면 일반 사무직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제조업이다.
근로자들이 파견직을 선택함으로써 얻는 장점으로는 자신의 현재 상황에 부합하는 근로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찾기 쉽고 어느 기업이든 파견직을 필요로 하는 부서가 있기 때문에 능력과 희망에 따라서는 유명 대기업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평균급여가 정규직이나 계약직에 비해 높지 않고 어디까지나 회사 간의 파견계약에 의해 근로수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가장 먼저 정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로 파견이 갑작스레 중단되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각종 매스컴을 통해 보도될 정도로 파견직의 단점이 크게 부각된 한 해였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단점이 더욱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파견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인정보와 인력소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 재팬(エン・ジャパン)이 작년 11월부터 두 달 간 파견직 근로자 5538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근로시간이나 근무지 등의 조건을 고를 수 있다’(49%), ‘아르바이트나 파트보다 시급이 좋다’(45%), ‘파견회사를 통하는 것이 취업기회가 많다’(29%)는 것이 파견직을 고른 주된 이유로 꼽혔다.
그리고 파견직을 선택함으로써 ‘평범하게 일해서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을 얻고 싶다’(37%), ‘여가시간을 충실히 하고 싶다’(37%)는 응답이 가장 많아 정규직이나 계약직이 되었을 경우에 맞닥뜨리기 쉬운 가혹한 근로환경이나 업무강도를 선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파견직으로 일하는 만족도도 높아서 73%가 ‘현재 근로환경에 만족’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파견직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일본 내에서 파견직은 1986년에 시행된 노동자파견법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비교적 새로운 근로형태인데 몇 년 전부터는 IT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외인재들을 파견직 형태로 고용하는 케이스도 많아졌다.
여기에 2018년 4월부터는 ‘같은 고용회사와의 계약이 5년 이상 반복 갱신될 경우 노동자의 요구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계약법이 시행된 것도 파견직 선호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애초에 같은 파견직이더라도 소속회사로부터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기고용파견’이나 최장 6개월의 파견업무 후에 파견되었던 회사에서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소개예정파견’이라는 선택지도 있기 때문에 해외 취준생들도 한번쯤은 고려해볼만한 근로형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