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칼럼] 징벌적 손해배상, 민생은 어디에
코로나 대란 속 자유를 제한당한 민초의 삶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
[뉴스투데이=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좌파와 우파의 차이를 저명한 정치학자께 물어본 적이 있다. 좌파는 개인의 자유를, 우파는 시장의 자유를 더 중하게 여긴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시장의 자유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좌파 정부라고 생각한다.
그 정부가 지난해부터 코로나가 번지자 공공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였다. 국가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거침없이 국민 개인의 자유를 유보하였다. 10시 이후에는 일부 지역 업소의 영업을 금지하고, 5인 이상 사적인 집합을 금지하며, 규제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의 자유도 제한하였다. 우리 국민은 국가의 지침을 성실히 지난 1년여간 잘 따라 주었다. 자유를 안전과 맞바꾼 결과였다.
그렇지만, 이젠 눈물 나게 힘든 자영업자들이 더는 생계를 포기할 수 없기에 정부에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실정이다. 자유를 중시하는 좌파 정부에게 국민은 이제 자유를 되돌려 달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시국에 갑자기 여당에서 외국의 법 제도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피고가 악의적(malicious), 고의(intentional), 중과실(gross negligent)로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가한 경우, 단순히 실손 배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 피해자 보호를 넘어 가해자 징벌을 위한 손해배상액 산정 제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 소송의 결과이지만 사실상 가혹하리만치 엄청난 배상 금액 때문에 형사 소송과 같은 결과를 끌어내는 제도이다.
모든 정책은 국민에게 합리적이고 합법칙적인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것 혹은 개인의 명예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궁색한 설명이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이 민사상 불법행위이고, 허위의 사실을 말했을 때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우리에게는 아주 무거운 명예훼손죄가 있다. 우리 형법은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허위뿐 아니라 진실을 말했어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상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등 중형에 처할 수 있다.
이미 명예훼손죄에 강한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중 규제에 해당하고, 과잉금지에도 위반된다. 물론 황색언론과 사이비 미디어들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억울한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가짜뉴스도 없애야 하고, 불량 언론도 추방해야 하며, 개인의 명예도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기반은 모두 온 국민이 합의한 ’헌법적 가치‘여야 한다. 언론을 청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면서, 현행 제도를 공론화하여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 고려할 것은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보호이다. 미국법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언론의 악의나 고의, 중과실은 피해자가 입증하게 되어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법은 이처럼 원고의 입증 책임이 엄격하다.
우리가 자유를 희생했을 때는 코로나라는 재난이 닥쳤을 때고, 오직 민생을 위해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하는 데 합의하였다. 그런데 지금 언론에 대해 ’재갈 물리기‘라고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나, ’민법 개정안‘은 필자에겐 코로나나 민생과 크게 관계없다고 보인다. 이름은 미디어 민생법안이고, 국민의 피해를 구제하는 법이라고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언론 통제용‘이라고 오해받기 딱 좋은 개정안들이다.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민생의 입장에서 보자, 우리 국민이 가짜뉴스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나? 오히려 우리가 자랑하였던 K방역은 우리 언론들이 코로나에 대해 가짜뉴스를 생성하지 않고 정론을 겨냥했기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법률 제정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커지면 입법은 멈추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이고,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법 현실적으로도 가짜뉴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단죄할 것인지 쉽지 않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비판적이면 어떤 뉴스든 가짜뉴스라고 우길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는 법안에서 고의나 중과실에 대한 입증책임도 원고가 부담하지 않는다. 언론사가 ’고의적인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입증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간 허위사실로 인한 가해를 예방하거나 피해자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배상 금액이 적었다면 사법부에서 판례들로 배상 금액을 현실화하면 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좌파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굳이 급히 언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를 필자는 모르겠다.
여당 의원들이 앞다투어 발의할 법안은 지금 민생과 관련된 법안이다. 지금까지 코로나 대란 속에서 민초들이 감당해왔던 경제적 부담과 저하된 삶의 질을 덜어주고 회복시켜줄 민생 법안들이 필요하다. 여당은 한정된 입법 자원을 민생을 위하여 전념해서 써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한가로운가?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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