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진출서 고배 마신 하나은행, 지속적인 접점 확대로 미얀마 진출 도모한다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국내시장의 포화로 인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은행들에게 ‘미얀마’는 매력적인 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5500만 명의 미얀마 국민 중, 73%에 달하는 4000만명이 은행 계좌조차 없는 상태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에 보수적인 미얀마 은행업의 특성상 일부 은행은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미얀마 진출한 국민·기업은행·금감원 등, "미얀마 인허가 기준 알 수 없어"
지난 2014년 금융시장을 개방한 미얀마는 지난해 3차 개방을 선언하고 은행업 인가 신청을 받았다.
해외지점에서만 15년 이상 근무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글로벌 금융전문가로 꼽힌다. 미얀마를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지목해 현지 금융업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펴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미얀마 3차 개방에 국내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현지법인 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한 반면 하나은행은 탈락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지점 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포기하지 않고 현지은행 지분 인수 등의 다각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성규 행장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미얀마 진출 재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분석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 및 은행권 관계자들은 미얀마 해외법인 인허가 기준과 관련해 “알 수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국제국 관계자는 9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이 미얀마를 비롯한 해외에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은 하고 있지만, 현지 당국의 인허가 과정까지 모두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인 배점 항목은 있겠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모른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 역시 “현지 당국 기준은 모른다”고 밝혔다.
■ 은행권 규제 엄격한 미얀마, 오랜 현지화가 진출 비결? / 하나은행 “소액대출 법인 발판으로 현지 접점 지속 확대할 것”
다만 은행권 규제가 심한 미얀마의 특성상 미얀마 중앙은행이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 허가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2016년 2차 개방 이후, 4년 만이었던 3차 개방 때 미얀마 은행허가 경쟁을 통과한 은행은 총 5개 국가 13개 은행 중, 7개 은행 뿐이다.
국민은행은 2013년 첫 현지 사무소 개설 이후 현재까지 21개 지점을 개설하고, 미얀마 수해복구자금 및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지원하는 등 오랜 기간 미얀마와 교류했다. 기업은행도 2013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이들보다 앞선 2012년 양곤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2013년부터는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자회사 형태의 ‘하나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다만 국민은행의 경우 미얀마 은행법 개방 1·2차 때 탈락한 뒤 ‘3수’ 끝에 허가를 얻은 반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경쟁에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하나은행은 현지 상위권 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무산된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 큰 진척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접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얀마 진출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