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한국판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 만드나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전재산 절반 기부’를 선언했다. 김 의장이 향후 구체적인 기부 계획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빌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같이 본인 소유의 재단을 통해 기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6000여 명에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격동이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심화되는 것을 보며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다짐이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 재산은 약 10조로 추정된다.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지분 13.74%와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지분 100% 등을 합친 수치다. 그가 언급한 ‘절반’이란 수치를 따르면 약 5조원 이상의 기부 계획을 밝힌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기부처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김 의장이 과거 다수의 해외 재벌 사례와 같이 재단을 통해 기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소셜임팩트 사업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회공헌재단 ‘카카오 임팩트’를 설립했다. 현재 김 의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개인 재산 대부분을 기부했다. 여기에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지난해 3조 8000억원을 포함해 총 44조원을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유한책임회사(LLC)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해 평생에 걸쳐 회사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기부계획을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고민 단계”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직원 여러분께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를 받는 기회도 열겠다”고 덧붙였다. 직접 기부방향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유지하려면 카카오임팩트 혹은 별도의 재단을 통한 기부가 이뤄지리라는 게 업계 일반적인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기부 액수가 큰 만큼 기부 방향을 제대로 조율하려면 그에 맞는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부 문화가 정착돼있지 않은 한국에서 카카오가 ‘한국판 멜린다&게이츠 재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