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은 오사카성을 지켜주던 최후 방어물인 해자같은 존재 (중)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현재의 신종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훈련 수준과 참여 인원은 유동적이다. 군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정됐던 '동맹 19-1' 훈련시의 규모를 희망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그 정도 규모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내에서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확립하는 데 필요한 요소다. 훈련을 통해서 작전계획을 숙달하고, 유사시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언어와 문화 뿐 아니라 싸우는 방식도 다른 양국 군이 손발을 맞추려면 정례적인 연합훈련은 필요하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확립하는 정례적인 연합훈련이 필요한 세가지 이유
첫째, 금년의 연합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년처럼 규모가 회복되어 정상적으로 시행되길 군은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의 연합훈련에서 FOC 검증 및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 연도 확정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한국 측은 전반기 훈련 때 FOC 검증평가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미측은 '조건'이 더 갖춰져야 한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서 장관이 지난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러한 제한사항을 조율하기 위해서이다.
더욱이 전반기 연합훈련 때 FOC 검증 및 평가가 시행될 경우 해외 미군의 훈련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그간 축소 조정됐던 훈련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북한의 반발로 남북-북미관계가 더 꼬일 우려도 있다.
그래서 이런 전체적인 사정을 감안한 서 장관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남북군사공동위를 구성하면 연합훈련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게 돼 있고 나 역시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연합훈련을 자신들의 안보 위협 요인으로 오해하는 북한의 호응을 요구했다.
둘째, 병력 순환 주기와 신 무기 및 장비 개발 도입 등 작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 국방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신년사에서 제안한 것처럼 남・북・미간의 유연한 해법을 통해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하기로 한미가 전격 합의할 경우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 미군 장병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고 있어 일부 해외 증원 요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한미 양국간의 병력 순환주기를 고려할 때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요원 대부분은 새로운 직책에서 처음으로 훈련을 참가하는 경우이다. 통상 한미 군인들은 1~2년 주기로 보직이 바뀌어 연합훈련을 1년이라도 건너 뛰게 되면 훈련을 숙달시켜 성과를 올리기에는 더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존재한다.
게다가 북한의 신형 무기체계와 변화된 군제 및 한미 각 군의 새롭게 편제된 장비를 고려할 때에는 1년에 한번만 하는 훈련도 그 주기가 짧을 수 있다.
또한 경제 및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현 시대에는 도로, 마을, 시가지 등 지리적 변화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작전양상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무기체계, 군제, 장비, 지리적 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언어와 문화 뿐 아니라 싸우는 방식도 다른 양국 군이 손발을 맞추려면 정례적이고 반복적인 연합훈련은 필요하다. 가장 효율적인 의사소통은 인간 관계이다. 지난번 훈련에서 함께 훈련했던 양국 군이 다시 만날 때 협조가 더 원활해져 언어, 환경, 문화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연합훈련은 오사카 성을 든든히 지켜주던 최후 방어물인 해자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측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연합훈련 중단 등을 선결 조건으로 강하게 내세웠다..
그러나 한반도 내에서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확립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서 작전계획을 숙달하고, 유사시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대비를 해야한다. 또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병력 순환 주기와 신 장비 개발 및 도입 등 작전 환경에 변화에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에도 연합훈련이 필요하다.
만약에 정부가 정확히 판단하고 계산된 모험(calculated risk)을 하여 남북관계가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도록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요구한 연합훈련 중단의 선결 조건을 따르는 상황이 벌어질 때에는 왠지 과거 일본 막부시대의 치열한 전투 중 일어난 비극이 떠오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후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2년 동안 치열하게 마지막 남은 오사카성을 공격했다. 히데요시의 아들이자 오사카 성주였던 히데요리는 평화의 상징으로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垓字)를 메우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거짓 화친을 받아 들인다.
그동안 오사카 성을 든든히 지켜주던 방어물인 해자를 메우자마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본색을 드러내 순식간에 성을 함락했다. 순진했던 히데요리는 성을 빼앗기고 22세의 젊은 나이에 결국 자결하고 만다. 물론 화친을 종용했던 어머니와 아내(도구가와 이에야스의 손녀)도 함께 자살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화친 약속을 깨고 공격한 것에 대하여 “적의 말을 믿는 바보가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오늘날 이상주의적 평화론자들이 오판하여 국민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일화이다. (하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