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승부처는 ‘애플 협력설’ 아니라 ‘도요타 뛰어넘기’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애플카 협력설’에 현대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등 애플의 전기차를 생산할 곳이 어딘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산라인 구축 비용 대비 이익률이 낮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애플이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생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TSMC 같은 전기차 업계의 ‘슈퍼을’이 될 수도 있지만, 폭스콘처럼 ‘협력’이 아닌 단순 ‘외주’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전기차가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최근 배터리 공급사를 SK이노베이션으로 최종 선정하는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수주를 모두 국내 업체에 맡겼다. 현재 현대차 배터리 구매액은 전체 재료비의 2%만 차지하고 있다.
■ 안정성과 효율성 겸비한 전고체배터리가 게임체인저 / 도요타는 2022년 양산 ‘호언’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경쟁이 화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온도변화와 충격에 강해 폭발우려가 없을뿐더러 충전시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불안정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전고체배터리 양산에 먼저 성공하는 업체가 곧 자동차 업계의 1위를 선점할 수 있음을 뜻한다.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애플카 협력 여부와 상관없이 배터리 독자개발이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 전기차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인데 온도, 압력, 충격 등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다는 장점이 있어 ‘안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뿐 아니라 충전 성능도 훨씬 앞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먼저 하는 업체가 업계의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지웅 이베스트 투자연구원은 “해외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 속도는 독일업체들, 특히 BMW, 폭스바겐은 굉장히 빠르다”고 설명하며 “BMW나 다임러 벤츠 이런 업체들이 원래는 배터리 제조에 거의 손을 안 댔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배터리에 직접 투자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전고체배터리 국내 퍼스트무버는 삼성SDI / 정의선 회장, 지난 해 이재용 부회장과 전고체배터리 협업 논의
일본 1위의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요타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1회 완전 충전에 단 10분이 소요되고, 1회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다. 도요타는 2022년에 고에너지 밀도의 전고체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해 국내외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된 과제는 ‘도요타 뛰어넘기’가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전기차가 양산되고 기존 배터리업체의 기술 우위가 분명해진 후 배터리내재화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의 전고체배터리 경쟁력은 정의선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의 협력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지난 해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 부회장과 전고체 배터리 협력 등에 관해 논의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삼성SDI의 전고체배터리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삼성SDI는 2027년 이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가장 빠른 시점이지만 도요타에 비하면 5년 정도 늦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상태에서 정 회장이 삼성SDI와의 전고체배터리 협력체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시기를 2028~2030년으로 잡고 있다.
■ 전문가들, “국내 배터리 3사 너무 믿지 말라” 조언 / ‘배터리 내재화’ 성공해야 안정적인 공급망 갖출 수 있어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가 국내 배터리 3사를 믿고 배터리 개발에 안일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유 연구원은 “국내에 배터리 3사가 있는데 이들은 이미 글로벌 업체들이다”면서 “자동차 업체는 서플라이체인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유기적으로 다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전기차를 연간 700만대 해야 돼요. 공급업체가 갑자기 어느날 ‘요구하신 소재 개발은 요구하신 일정까지 다 만들기 어렵다’고하면 이 회사한테 패널티를 주는 것보다 내가 타격 입는 게 더 커요. 그래서 (배터리) 내재화가 굉장히 중요한겁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체는 공급망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유기적인 흐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사분란한 생산, 해외전기차와의 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배터리 내재화가 핵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