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칼럼]정치인의 막말 사과, 기업인에게 배워라

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2.01 11:29 ㅣ 수정 : 2021.02.01 11:29

파스타기업 바릴라, '참사과'로 동성애자 차별발언 파문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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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정치인은 말을 잘한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잘해도 디지털 초접점 사회에서 정치인의 말은 언제든지 편집되고 공유된다. 언론과 진영에 따라 그 말은 편의대로 해석되고 필요에 맞춰 재활용된다. 그래서 정치인은 득점보다 실점에 더 신경써야 한다.

 

실점의 주범은 늘 ‘막말’이다. 막말은 실언(失言), 일구(逸口), 구과(口過), 망언(妄言) 등 다양하게 칭해진다. 막말의 뜻은 정신이 흐려져 헛나간 말, 근거가 없는 말,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말을 뜻한다. 

 

 

막말의 폐해는 셀 수 없이 넘친다. 막말한 정치인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력이 없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보인다. 단어 선택이나 비유 등이 본질을 벗어나 막말이 되면, 본인의 메시지가 왜곡되어 전달될 수도 있다. 막말로 들리는 발언은 그 자체가 희화화되어 정치인 본인의 신뢰가 상실되고 악용될 수 있다. 막말은 지지자에 대한 호소력도 없고,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파급력도 없다.

 

막말은 정치인에게 잠시 휘발성 지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결국 그 혹은 그녀의 인격이 오래도록 의심받는다. 그런데도 진영이 첨예하게 나뉘면서 정치인 간에 극단적이고 저열한 언어는 여전히 사용된다. 

 

필자는 ‘문성후 박사의 말하기 원칙’라는 책까지 써가며 말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해왔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도 사람의 말은 안 없어진다.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 세 가지만 지켜도 막말로 인한 화(禍)는 피할 수 있다. 

 

1. 함부로 비하(卑下)하지 마라

 

최근 일본 자민당의 한 여성 의원이 ‘여자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성 소수자는 생산성이 없다 (애기를 낳지 못한다)’는 막말을 했다. 지지층의 환심을 사고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싶은 ‘관종’ 욕심이 들 때 차별과 비하(卑下)는 표출된다. 혹은 방어적 기제가 작동하여 상대를 낮춰 본인을 정당화하 하고 싶을 때 차별과 비하는 극대화된다.

 

공인은 함부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비하해서는 안된다. 명백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비하다.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시민들에게 ‘한심하다’고 말한 것도 큰 비하다. 시민에 대해 존중이 없는, 참 ‘한심한’ 막말이다. 

 

2. 역사를 함부로 소환하지 마라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은 단선적으로 평가되고 파악되지 않는다. 신성시되고 우상시 되는 인물이나 사건도 역사가의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뒤따른다. 음악밖에 몰랐다는 베토벤도 악보 출판사를 경쟁입찰 시킬 정도로 계산에 밝았다. 자신의 초상화도 고독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일부러 역동적으로 보이게 그렸단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시기와 상황을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역사의 다면성에 유의하여 소환과 인용은 늘 유의해야 한다. 단어 자체가 주는 뉘앙스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한다. 경솔한 역사 인용은 자신도 모르게 막말이 될 수 있다.

 

3. 막말에 대한 사과(謝過)는 빠르고, 명확하게 하라

 

막말에 대해 가장 좋은 사과(apology)는 ‘빠른’ 사과이다. 빠르긴 했는데 막말을 어설프게 덮거나, 잘못 사과한 경우는 더 최악이 된다. 특히 들은 사람이 잘못 들었다고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문제를 상대에게 돌리니 2차 막말이다. 이왕 사과할 거면 명확하게 사과해야 한다. 무슨 말이 잘못이었는지 정확히 양해(諒解)를 구하거나 해명(解明)을 해라. ‘양해’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예외는 없는 것이 가장 좋고, 있어야 한다면 적을수록 좋다. ‘해명’은 남이 듣기에도 객관적으로 설명하여 오해를 푸는 것이다. 막말을 하고 나서 순전히 자기 입장에서 ‘그런 뜻’, ‘본심’이 아니었다는 말은 양해도, 해명도 아니다. 사과는 더더욱 아니다.

 

‘바릴라(Barilla)’라는 기업이 있다. 1877년 피에트로 바릴라(Pietro Barilla)가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4대째 이어져 오는 이탈리아 식품 기업이다. 파스타 재료만으로 이탈리아 시장의 약 50%, 미국 시장의 약 25% 의 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런 기업도 막말은 피할 수 없었다. 구이도 바릴라 회장은 2013년 9월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동성애자 광고가 부족하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전통적인 가족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가정과 대화하고 싶고, 그런 면에서 여성들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고 답했다.

 

즉, 가정은 오직 남성, 여성, 자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동성애자와 그 가정에 대한 차별과 비하가 잔뜩 묻어있는 발언이다. 이 발언 직후 바릴라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바릴라 기업의 당기 순이익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구이도 바릴라 회장은 본인이 무수히 사과함은 물론, 동성애자 권리 옹호 단체와 만나고 전 직원에 대해 교육도 하며, 2018년 아예 세계 파스타 챔피언십 기간 동안 동성애 가족을 포용하는 디자인의 한정판 스파게티를 출시했다. 그 결과 2019년 블룸버그로부터 ‘바릴라는 동성애 혐오증에서 국가적 긍지로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했다’라는 호평을 받기에 이른다.

 

막말에 대한 사과는 이렇게 전심전력을 다해 하는 거다. SNS에 올리는 정도는 사과가 아니다. 정치인은 말한마디에 당장 수익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절박한 기업인에게 막말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막말 속에서 무지(無知)는 용서해도 무례(無禮)는 용서하지 않는다. 막말을 사과하려면 바릴라 회장처럼 막말의 사과 방식부터 예의를 갖추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사과할 막말을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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