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 자랑하던 일본기업들 조기퇴직률 30% 드러나자 일본사회 쇼크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신입사원 채용이 하나의 비즈니스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다.
당시의 목적은 기업의 신규직원 수요와 사회에 나오는 학생들의 효율적인 매칭이었지만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의 일본 취업시장은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처음의 목적은 찾아볼 수 없게 변질되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신입사원 일괄채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상시채용이나 사원소개 같은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년 3월에 모두가 동시에 시작하는 일괄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그 결과로 평균 30%에 달하는 높은 조기퇴직률과 잦은 이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이 지목하는 신입사원들의 조기퇴직과 이직에 대한 원인은 바로 너무 이른 취업 스케쥴에 있다.
현재 일본 대학생들은 4학년이 되는 3월에 본격적인 취업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충분하지 않은 경험과 기업정보 만으로 입사기업을 선택함으로써 결국 실제 입사 후에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좌절감에 사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취업 스케쥴도 2008년의 리먼쇼크 이후에 반년가량 늦춰진 결과다. 그 전까지는 대학교 3학년 가을학기에 취업활동을 시작하여 4학년이 되기 전에 합격통보까지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리먼쇼크로 인한 실적악화를 이유로 2009년 2월에 수많은 기업들이 대학졸업 직전인 신입사원들의 합격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취업률이 60% 초중반으로 곤두박질치는 유례없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이른 취업활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일괄채용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낡은 사고방식의 경영진들을 꼽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로 전 세계의 생활방식과 문화, 환경은 전혀 달라졌지만 일본은 유독 70, 80년대 가치관에 갇혀있는 경영자가 많아 요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소리다.
특히, 인구감소로 해외인재의 채용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일괄채용 방식은 외국인 취준생들에 적합하지 않고 중소기업들도 일괄채용만으로는 대기업들에 우수한 인재를 쉽게 빼앗긴다.
한편 취업 컨설턴트 등의 전문가들은 높은 조기퇴직률에 대한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일본 기업들의 신규 졸업자 우대정책을 지목한다.
아직 어떤 정보도 입력되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같은 신입사원을 데려와서 기업문화를 손쉽게 주입시키고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신규 졸업자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관리 방식은 일본정부가 내건 다이버시티 사회와는 대칭점에 있고 요즘 신입사원들도 자연스레 기업 측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신규 졸업자 우대정책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에 생겨난 인사제도다. 때문에 이 방식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계속적 성장과 다수의 우수학생 채용이 전제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일본은 어느 것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인사담당자와 전문가들의 조기퇴직률에 대한 원인분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기업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반복되는 조기퇴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