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1.22 09:02 ㅣ 수정 : 2021.01.23 09:21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를 만든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이포넷은 야근 문화와 맞서 싸우고 있는 업체다. 등대처럼 밤 11시까지 누구나 야근을 하던 시대는 벗어나 정시 퇴근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는 존재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이포넷은 1995년 설립돼 △시스템통합(SI) △시스템 유지보수 △IT 거버넌스 솔루션 및 컨설팅 △웹 서비스 △IT 서비스 현지화 등의 사업 분야에 종사한다.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약 10년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이수정 대표가 설립했고 지난 6월 초 기준 162명의 임직원이 회사 안팎에서 일하고 있다.
삼성동 도심공항 건너편에 위치한 사무실은 대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분위기가 어느 공간이든 일관되게 이어졌다. 근로자들은 각자 맡은 코딩 화면에 조용히 집중하고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으레 연결짓곤 하는 비좁은 방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늘상 밤낮의 구별이 없이 일하는 곳이라면 나올 수 없는 그림이다.
이포넷의 내근자들은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동빈 이포넷 언어서비스 마케팅차장은 지난 19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제가 입사했던 2008년부터 계속 논의돼 왔던 게 야근 문화였다”라며 “작은 회사들이 야근을 상당히 자주 하는데 ‘갑’의 위치가 아닌 이상 고객사의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김 차장은 “이포넷은 해마다 야근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많이 해 왔는데 데스크탑 컴퓨터를 모두 노트북으로 바꾸는 방안도 나오면서 야근자가 많이 줄었다”라며 “과거에는 밤 10시나 11시에도 회사에 남은 직원이 ‘바글바글’했지만 이제는 8시가 넘으면 별로 남아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내부 방침을 바꾼다 해도 일감이 밀린다면 야근은 불가피해지는데 이에 이포넷은 지난 10년 새 30명도 되지 않던 내근자의 인원을 40명 남짓으로 늘리고 일부 업무에 대한 ‘외부 인원’을 활용하는 비율을 늘렸다. 그 덕에 구글로부터 받는 일감은 둘이서 하던 일을 이제 넷이서 한다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이제 이포넷이 넘어야 할 숙제는 회사 밖에 있다. 번역 사업을 중심으로 해 외부 번역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언어서비스 사업부문과 달리 IT서비스 사업부문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한에 쫒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업부문은 업무 특성상 사무실이 아닌 고객사가 마련한 작업 공간으로 ‘파견 근무’를 나간다.
최희철 이포넷 IT서비스 수석은 지난 19일 “고객사마다 다르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한다”라며 “지금은 시스템을 통합해서 운영과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 단계로 넘어와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만 이 시스템을 처음에 개발하는 시점이라면 야근이 잦은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서 잦은 야근이 발생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말로 전달하기는 쉬운데 실제로 그 요구사항을 시스템 상에 구현하고자 한다면 여러 가지 변수를 파악해서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제일 어려운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한 달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도 고객이 맞춰달라고 하신다면 야근을 하고 밤새워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