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36)] 업체주관 연구개발, 책임에 따른 ‘권한과 위상’ 보장이 관건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1.14 09:22 ㅣ 수정 : 2021.01.14 11:12

방진회 연구에 현행 제도상 미비점 총망라…업체 주도적 획득제도 마련돼야 수출산업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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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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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개최한 ‘2020 방산정책 심포지엄’에서 김왕경 (주)한화 전무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방위산업진흥회] 

 

강은호 청장, 취임 일성으로 업체주관 연구개발 제도화 언급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경제와 관련하여 방산업체의 애로사항과 시급히 조치할 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업체주관 연구개발이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을 특별히 언급했다. 

 

강 청장은 “국방과학연구소는 첨단 핵심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일반무기 개발 및 생산은 방산업체가 수행하는 협력 및 역할 분담 체계가 지난 수년 동안 논의됐지만, 아직도 제도화 수준에 이르지 못한 실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듣고 아직 제도화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심층 분석해 달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는 2000년대 전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핵심기술·비닉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일반 무기체계는 업체가 주관해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제시해 왔다. 게다가, 지난 2008년, 2013년, 2018년 각각 수립한 ‘방위산업육성 기본계획’도 모두 업체주관 연구개발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발표한 ADD 기관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DD주관 사업의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여서 강 청장도 취임 일성으로 이 문제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2020 방산정책 심포지엄’에서 그동안 자체적으로 연구해온 업체주관 연구개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방진회, ADD와 동등한 권한·자율성 갖는 개발 여건 필요 주장

 

당시 발표를 맡은 정재운 전 방사청 분석평가국장은 “연구개발 주관을 ADD에서 업체로 변경하는 것은 단순히 주관 형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기체계 획득단계 전 주기적으로 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하는 종합적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9월 방진회가 발표한 ‘10대 방위산업 발전방향’이 업체주관 연구개발 여건 마련을 위해 기반이 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기존 연구 검토와 업체·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업체주관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12가지 핵심요건을 개선과제로 도출했다. 그리고 ADD주관 방식에 맞춰진 현행 획득제도가 업체주관으로 바뀔 경우 보완해야 할 제도적 미비점도 총망라해 제시했다. 업체의 ‘권한과 위상’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업 주관 형태만 달라지면 소요군, 방사청, 업체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국장은 업체가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이스라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스라엘처럼 업체가 연구개발을 주도하려면 연구개발의 대등한 주체로서 ADD와 동등한 권한 및 자율성을 갖고 소요군과 협력적 관계를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향으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업체주관 연구개발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방사청, 컨트롤타워 역할 하면서 업체주관 획득제도 재정립해야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경 박사(한국국방연구원)는 “주관이란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서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이 주어져야만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업체의 권한이 보장돼야 하고 업체도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이 컨트롤타워로서 잘 이끌어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용우 방산업체CEO포럼 회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민간이 무기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획득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정부가 주도해 무기요구성능을 설정하고 개발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민간이 세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정부는 민간의 개발을 지원·구매하는 체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 분야를 계속 연구해온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현행 획득제도와 관련 인프라가 ADD 주관을 전제로 마련됐기 때문에 업체가 주관하는 것을 전제로 획득제도를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업체주관 사업의 확대는 방위산업을 업체가 주도하여 수출지향적 산업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다수 전문가들은 업체가 군과 긴밀한 협력 하에 연구개발을 완전히 주도하는 형태로까지 발전돼야 수출지향적 방위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업체의 ‘권한과 위상’을 제도적으로 확실히 보장하고, 개발 실패나 품질 문제가 발생해도 기술축적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로 받아들이는 환경이 형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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