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1.05 16:01 ㅣ 수정 : 2021.01.05 16:01
지뢰가 터지는 순간 자신의 몸을 던져 부하를 구하고 본인은 장렬하게 순직…!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공병장병들의 구호는 ‘First In, Last out…!’이다. 왜냐면 적들이 설치해 놓은 장애물을 공병이 먼저 투입하여 제거한 후에 전투부대가 진입할 수 있고 철수할 때는 맨 나중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빠져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육군장교들이 필수로 입교하여 교육받는 보병학교의 모토는 “나를 따르라(Follow me!)”이다. 간부가 되면 ‘First In, Last out…!’구호의 공병보다도 더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자세를 견지하여 필히 “부하들을 위해 내 몸을 바쳐서라도 좋은 지휘관이 되리라”는 각오로 사랑하는 부하들을 지휘통솔해야 한다.
이러한 솔선수범의 표상인 故 강병식 대령은 1988년 5월4일 15:15에 15사단 전방DMZ(비무장지대) 내에 GP에서 지뢰가 터지는 순간 자신의 몸을 던져 부하를 구하고 본인은 장렬하게 순직했다.
■ 남북은 시범철수 대상인 GP 22곳의 병력과 화기 철수 완료 후 폭파
정전협정에는 DMZ 안에 군사시설물 설치나 군사장비 반입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DMZ 내에 감시초소(GP)를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적으로 GP가 증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던 시기에 우리 군은 60여 개, 북한군은 160여 개의 GP를 각각 설치해 운용 중이었다. 남북 GP 중 가장 가까운 거리는 700여m였고, 남북 GP에 근무하는 병력은 모두 1만2000여명 이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담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DMZ 내 GP 시범 철수도 그 일환이다.
60여 개 GP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1개 GP를 없애는 것도 한국군의 휴전선 일대 감시체계에 구멍을 내는 일이다. 그런데 주한미군 측이 가장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은 군사분계선 부근을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은 조항이다.
휴전선 일대는 계곡이 많고 휘어진 능선으로 인해 인공위성 사각지대가 많아 군단급부터 연대급까지 무인기를 띄워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해왔는데,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이것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 정보 분야에서 근무한 모 예비역장성은 “북한군 장사정포는 고지 후사면(보이지 않는 후면의 경사면)에 배치돼 있어서 중고도 정찰과 고고도 정찰로 탐지해야 하는데 이마저 못하게 됐다. 전방 지역은 이제 깜깜이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조치는 감시-정찰수단과 정밀타격 능력을 현저히 제한한다”며 “이제 한국군은 북한군의 장사정포가 갱도에서 나오는지, 북한군이 이동하는지를 제때에 알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계산된 모험(calculated risk)이라 추정하지만, 남북 양측은 군사분계선(MDL) 1㎞ 이내에 근접한 남북 GP 각각 10개소의 화기와 장비 그리고 근무 인원을 철수한 후 11월 30일부로 시설물을 완전 파괴했고, 나머지 1곳에 대해서는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되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또한 그해 12월 말까지 상호 방문해 GP 철수 및 파괴 상태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했다.
또한, 10월 1일 시작된 공동 유해발굴 지역 내 지뢰 제거 작업도 30일 끝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은 수천발, 남측은 수백발의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했다"며 "지뢰 제거 구역의 외곽선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표식물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와같이 남북은 지뢰 제거 작업이 끝나면 연말까지 공동 유해발굴에 필요한 도로를 개설하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자유 왕래는 조만간 실현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일방적 파기로 모두 무산됐다.
■ 서울올림픽 앞두고 전방 경계태세 강화 위한 지뢰매설 등 장애물 보강
서울올림픽 준비로 전국이 들썩거리던 1988년 4월경,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육군15사단 역시 세계적인 행사를 앞두고 혹여 있을지 모르는 적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전방 경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GP 인근에서 장애물 보강을 위한 지뢰매설작업을 계획했다.
GOP후방 지역과 FEBA지역의 장애물 보강을 끝내고 DMZ내의 GP에 대한 보강작업을 위해서는 정전위의 DMZ 출입 승인과 작업을 위한 별도의 작전명령이 필요했다.
사단 작전장교였던 필자는 5월초 폐 GP에 적들이 침투하여 활동할 것을 대비하여 장애물 보강을 위한 지뢰매설 작전명령을 작성해 전초대대에 하달했다. 당시 DMZ 와 GP작전을 담당했던 전초대대는 강병식 중령(육사31기)이 지휘하고 있었다.
GOP 투입전에는 사단의 주요관심 대상인 신병교육대대를 담당했던 강 중령은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강인한 신병들을 교육훈련시켜 사단장으로부터 신임을 얻었고, GOP 부대의 임무 교대 시 가장 중요한 지휘관인 전초대대장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마침 그 당시의 사단 작전참모인 성영민 중령(육사30기)도 전초대대장 출신이라 대대장 임기를 마치면 사단의 주요 참모로 보직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전년도 가을에 진행됐던 추계진지공사 기간에는 사단장이 가장 신임하는 예하 지휘관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전방 GOP 부대의 순시를 위해 승암고개를 지나가던 사단장이 도로 낙석 보강작업을 하던 현장에서 고생하는 병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잠깐 멈추었을 때 솔선수범(率先垂範)의 현장을 목격하였다.
위험한 낙석 맨 꼭대기에서 작업하던 장병이 바로 강 중령이었다. 사단장은 놀라 “그 위험한 일을 대대장이 직접 하느냐?”고 걱정스레 질문하자, 강 중령은 “최근 입대한 병사들은 작업을 잘 못하고 위험해 보여서 본인이 직접 한다”며 겸연쩍어 했다.(중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